"가고 싶은 곳 보다 갈 수 있는 곳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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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을 위해서는 제 눈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가진 능력을 먼저 파악해 능력에 눈을 맞춰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이 6일 발간한 수기공모집 '실업의 추억-워크넷 백수 탈출기'에 최우수상으로 뽑힌 정모씨. 그는 취업에 성공하려면 우선 자기 능력부터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정씨는 외환위기 직후 다니던 반도체회사를 사직한 뒤 시작한 자영업마저 실패해 막노동판 등을 전전한 끝에 반도체 업체에 재취업했다.

그는 구직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된 자세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구직을 하는 젊은층은 어학실력이 뛰어난 데다 자격증도 여러 개 갖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전공만 반도체를 했지 자격증 하나 없었지요. 그러면서도 외환위기 이전의 생각을 하고 그 당시 급여를 요구했습니다."

정씨는 결국 고용안정센터에서 운영하는 '눈 맞추기'프로그램을 마친 뒤 구직등록을 했다. '가고 싶은 곳'보다 '갈 수 있는 곳'을 찾으니 반도체 관련업체로부터 면접요청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중 원하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권고사직 이후 두차례 직장을 옮긴 끝에 재취업한 명모(산업간호사)씨는 "언제 취직할까 생각하며 용돈 타 쓸 때마다 마음 불편한 생활을 하느니 하루라도 일찍 도전하고 우선 다녀라"고 권했다. "몇 개월이라도 회사 생활을 더 하면 이익이 됐지 절대 손해는 안 된다"고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시간을 끌지는 말라고 강조했다.

지방 전문대를 졸업한 뒤 종합병원 인턴사원으로 시작한 원모씨는 열심히 일해 6개월 뒤 정규직으로 전환한 케이스. 원씨는 "인턴사원 당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근무 3개월 뒤부터는 자발적으로 환자분포 통계를 냈다"며 "작은 일도 소중히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회고했다.

사회계열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구직활동을 하다 종합병원 인사.기획 담당자로 취업한 주모씨는 이젠 구직자에게서 이력서를 받고 있는 입장.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가장 핵심적인 취업성공의 열쇠는 주인의식"이라고 충고했다. 주씨는 "남들의 소개서를 읽으면서 내가 왜 과거에 여러 번 실패했는지 알게 됐다"며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인재는 주인의식을 가진 당당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신용불량자에서 탈출한 사례도 있다. 권고사직에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됐던 김모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전에 받던 월급의 3분의 2 수준이지만 잃었던 꿈을 찾았다"며 "한단계만 눈을 낮추고 열심히 일할 각오가 돼 있다면 취업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 책은 수상작과 함께 청년.여성.고령자 등 취업자 특성별로 사례를 담고 있다. 각 고용안정센터나 대학 취업보도실 등에서 볼 수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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