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재 물갈이 하실 분" 아파트 입주 전 중간옵션제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3면

▶ 입주 전에 저렴하게 마감재를 최신 제품으로 바꿀 수 있는 중간옵션제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입주예정자들이 샘플하우스에서 중간옵션 품목을 둘러보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 '마감재 업그레이드'가 널리 퍼지고 있다. 마감재 업그레이드는 업체에서 시공키로 한 바닥재.인테리어보다 좋은 수준의 마감재를 입주 전에 선택하는 중간옵션제를 일컫는다. 마감재 품질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면서 입주도 하기 전에 분양 때의 마감재는 옛것이 돼버리자 중간옵션은 '선택'에서 '필수'로 바뀌다시피 했다.

◆ 유행 따라 마감재 교체=완공 6개월~1년전에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다. 골조공사를 끝내고 인테리어 등의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소비자들에게 다시 마감재 선택기회를 주는 것이다. 분양한 지 1년반~2년이 흐르면서 분양 당시보다 좋아진 마감재를 시공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2003년 5월 분양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도곡1차 재건축단지)은 입주 10개월을 앞둔 최근 중간옵션제를 실시했다.

분양업체측은 34개동 3002가구의 입주예정자로 하여금 바꾸고 싶어하는 14개 품목을 정해 선택하게 했다. 침실 바닥재는 비닐시트에서 온돌마루로, 주방 상판은 인조대리석에서 천연화강석으로 바꾸는 식으로 최신 유행의 마감재를 제시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현장에 마련된 샘플하우스에서 옵션품목을 보고 선택했다.

입주자가 14개 품목을 모두 선택할 경우 평형에 따라 2800만~7700만원이 추가된다. GS건설 김광식 현장소장은 "입주예정자들이 마감재 수준을 높이려는 욕구가 강해 대부분 신청했다"고 말했다.

1월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중간옵션 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4월 주방가구.주방가전.에어컨.바닥재 등의 품목들을 대상으로, 같은해 9월엔 가구 등을 대상으로 했다.

동부건설 박준용 차장은 "원래 품목에 없던 에어컨을 홈네트워크와 연결시켜 내놓았는데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백용기 차장은 "입주예정자들은 입주 후 개별 설치가 아닌 단체 구입으로 저렴한 가격에 최신 마감재를 설치할 수 있고 업체측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가 돼 양쪽 모두 득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 부작용 우려도 나와=중간옵션은 업체.단지에 따라 다르게 실시된다. 현대건설은 모든 단지에서 중간옵션 행사를 갖고 있으며 올해 목동 하이페리온2차 등 7~8개 단지에서 계획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중간옵션을 하기는 하지만 단지에 따라 사정이 다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파트 현장이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단지여서 조합에서 원하는대로 실시한다"며 "발코니 정도의 극히 일부 품목에서만 중간옵션을 하기도 하고 인테리어 등 웬만한 품목은 모두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중간옵션을 자제한다. 대림산업은 비용이 들어가는 중간옵션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공사 중인 단지에 샘플하우스를 만들어 놓고 당초 계약된 분양가 범위 내에서 디자인 등만 바꿔 입주예정자들의 신청을 받는다. 품목이 추가되거나 재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업체 관계자는 "입주하는 아파트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려는 취지의 중간옵션이 입주예정자들로 호응을 얻고는 있지만 분양가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비용이 들어가는 중간옵션 시공을 둘러싼 잡음이 생길 수도 있어 일부 업체는 중간옵션 시행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