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통상 해결사로 中 '철의 여인'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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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의 '철의 여인' 우이(吳儀.65) 대외무역담당 부총리가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을 풀어낼 해결사로 나섰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2일자)는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공산당 정치국의 유일한 여성 국원인 吳부총리가 이달 중순 미.중 연례 통상협의를 위해 중국 측 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방문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에 달한 대중국 무역적자와 중국의 자국 반도체업계 보호 등 현안 때문에 단단히 벼르고 있다. 吳부총리는 이런 미국을 상대할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吳부총리는 1991년 국무원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부장(차관)이 된 이래 미.중 통상협상을 이끌어왔다. 과거 중국의 불법복제상품 문제에 대한 양국 간 합의를 이끌어내고, 중국 시장 개방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 吳부총리다.

吳부총리와 지난 10여년간 협상을 해왔던 그랜트 앨도너스 상무차관은 "그녀는 타고난 협상가"라며 "한가지 현안에 대한 협상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막기 위해 19가지 다른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 吳부총리"라고 말했다.

한번은 칼라 힐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침범했다"며 '좀도둑'에 비유하자 吳부총리는 "미국 박물관에는 과거 중국에서 약탈해간 유물들이 가득하다"며 '날강도'라고 맞받아쳤을 정도다. 이 같은 강한 협상 자세 때문에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빗대 중국의 '철의 여인'이라고 불린다.

吳부총리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가난한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1962년 베이징석유학원(대학) 석유정제과를 졸업한 뒤 26년간 남성 위주의 중국 석유화학업계에서 일하던 吳부총리를 88년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직접 발탁해 베이징 부시장에 등용했다. 또 지금까지 독신으로 지내 남편의 후광 없이 성공한 중국 여성으로서 존경받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현재 미.중 간 통상 갈등은 지난달 미국이 중국의 자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세제 특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라며 "吳부총리에게는 중국의 WTO 가입협상 이후 가장 어려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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