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쇠고기 파문과 관련해 “아무리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 봤어야 했다”며 “저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특별 기자회견에서 “(쇠고기 추가) 협상이 진행 중이나 미국이 30개월령 이하 쇠고기 수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시를 보류하고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정부가 보장하지 않는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면 검역을 하지 않고, 검역 이전에 반송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인적 쇄신에 대해 “첫 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인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청와대 비서진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폭 개편하고, 내각도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다만 국회 정상화가 안 된 시점에서 각료를 바꾸면 총리 추천에 의해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국회 공전이) 한 달이 갈지, 두 달이 갈지 알 수 없는 만큼 내각은 국회가 열리는 것을 봐서 조속히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기업 선진화, 규제개혁, 교육제도 개선 등 선진국 도약을 위해 꼭 해야 할 일은 철저히 준비해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그러나 가스와 물, 전기, 건강보험 등은 민영화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선 “파업이 오래 가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주면 그 피해는 근로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며 “지금은 기업도 정부도 근로자도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물류체계가 잘못돼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농산품을 포함해 한국 전체 물류 시스템의 재검토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미 양국 정부가 이미 합의한 것으로, 어떤 수정도 있을 수 없고 부시 대통령 재임 중 한·미 FTA가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또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 국내외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겠다”며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시간인 만큼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에게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글=최상연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기자회견 주요 내용

▶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

▶ “가스와 물, 전기, 건강보험 등은 민영화 계획이 전혀 없다.”

▶ “공기업 선진화, 규제개혁, 교육제도 개선 등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

▶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인선에 최선을 다하겠다.”

▶ “어떤 경우에도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을 것.”

▶ “아무리 시급한 국가 현안이라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챙겨야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