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투박하나 다정한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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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어제, 님펜부르크와 레지던츠

뮌헨은 독일에서 가장 화려한 궁정문화를 꽃피웠던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였다. 이 때문에 16세기 이후 번성하던 르네상스와 바로크·로코코 양식의 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시가지 북서쪽에 있는 님펜부르크 궁전은 대표적인 독일 바로크 양식 궁전으로 꼽힌다. 1918년 왕정이 붕괴되기 전까지 바이에른의 왕이 여름 별궁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궁전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화려한 천장 벽화와 샹들리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천장 그림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프랑스식 정원과 연결된 느낌을 주기 위해 전원 풍경을 주제로 그려져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왕궁은 더욱 더 화려해진다. 특히 루드비히 1세가 사랑했던 여성 36명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는 ‘미녀의 방’은 놓쳐선 안 될 포인트.

마리엔 광장 인근에는 문화·예술의 중심지 레지던츠(Residenz)가 있다. 1385년 이래 비테르스바흐 왕가의 궁전으로 쓰였던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너졌던 건물을 그대로 복원했다. 100여 개의 방이 르네상스·바로크·로코코·고전주의 등 제각각 다른 양식으로 장식돼 있다. 공개된 홀은 모두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역대 바이에른의 왕들이 수집한 미술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압권은 입구 오른편에 있는 보물관. 나폴레옹의 칼, 화려한 왕관과 장신구 등 영롱한 빛을 내뿜는 보물들로 가득하다.

뮌헨의 오늘, 호프브로이하우스

독일은 맥주의 나라다. 곳곳에, 심지어 공항에까지 양조장과 비어 가르텐(맥주 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 오죽하면 ‘독일인들은 맥주란 양조장 굴뚝 그림자가 비치는 범위 내에서만 먹어야 한다고 믿는다’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뮌헨은 좀 더 특별하다. 도시 이름 ‘뮌헨’부터 양조장을 세우고 맥주를 제조하던 ‘수도사들이 있는 곳’을 뜻하는 단어 ‘묀헨’에서 유래했다.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열리는 곳도 뮌헨이다. 9월 말~10월 초 보름 동안에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여행객과 맥주 매니어 700여 만 명이 모여든다.

옥토버페스트 기간을 맞추지 못했다 하더라도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마리엔 광장 근처 암플라츠 9번지에 있는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를 찾아가면 매일매일 옥토버페스트를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에는 국왕의 직영 맥주 공장이 있었다. 호프브로이란 이름 자체가 ‘궁정 맥주 양조장’이라는 뜻이다. 건물은 총 3개 층으로 1층에는 비어 홀과 비어 가르텐, 2층엔 레스토랑, 3층에는 민속무용 공연장이 있다. 우리의 맥줏집 정도를 생각하면 안 된다. 한번에 최대 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영업은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자가 맥주잔을 기울인다.

뮌헨의 내일, BMW 벨트

명차 BMW의 독일어 풀 네임은 ‘Bayerische Motoren Werke’다. 우리말로 풀면 ‘바이에른의 자동차 제작소’다. 이 ‘제작소’ 본사가 뮌헨에 있다. BMW 벨트(Welt:영어로 World라는 뜻), BMW 박물관(BMW Museum), BMW 공장(BMW Plant)도 함께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BMW 벨트는 어느새 뮌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곳을 방문하면 전시돼 있는 BMW 자동차를 타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첨단 시뮬레이션 장비를 이용해 직접 운전하는 듯한 기분을 느껴 볼 수 있다. 자동차를 구입하러 온 고객들은 미리 주문해 둔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해 아우토반을 달릴 수 있다. 건물은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지하 2개 층과 지상 3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에는 BMW 전시관과 인포메이션센터·기념품숍·오디토리엄이, 2층에는 BMW 모터사이클전시관과 레스토랑, 커피 바와 갤러리가 있다. 3층에는 예약만 하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클럽 레스토랑과 비즈니스 클럽이 있다.

BMW 벨트와 바로 옆 ‘허리케인’ 모양의 특별전시관에서는 1년에 세 번 테마를 정해 자동차를 전시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친환경을 주제로 컨버터블·오픈카 등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 자동차를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관 건물 자체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열효율을 높이는 친환경적으로 설계됐다”는 게 BMW 벨트 홍보 담당자의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자동차 전시 이외에도 콘서트와 같은 문화 행사도 자주 열린다.

BMW 벨트 2층에 있는 다리는 BMW 박물관과 연결돼 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바로 박물관으로 건너갈 수 있다.  

Tip

■교통편=1일 대한항공이 직항편을 취항했다. 주 3회(수·금·일요일). 취항 기념 특가항공권을 6월 말까지 홈페이지(kr.koreanair.com)에서 85만원(마일리지가 없는 일반석 배낭항공권, 세금 불포함)에 살 수 있다.

■경비=님펜부르크 궁전 입장료는 어른, 성수기(4월~10월 15일) 기준으로 10유로. 비수기(10월 16일~3월)엔 8유로를 받는다. 레지던츠 박물관과 보물관은 각각 6유로(어른 기준). 한꺼번에 구입하면 9유로다. 호프브로이하우스의 흑맥주 또는 오리지널 맥주 1L는 6.6유로. BMW 벨트는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1유로는 약 1600원.

■여행정보=올해 6월은 뮌헨의 도시 창건 850주년이 되는 달이다. 8월까지 두 달간 마리엔 광장 등 도시 곳곳에서 기념 행사가 열린다. 뮌헨 관광청(www.muenchen-tourist.de, 한국 사무소 02-773-6430), 뮌헨 호텔 예약(www.muechen.de/hotels), 뮌헨 850주년 행사 안내(www.muenchen.de) 홈페이지 참조.

  <뮌헨> 글·사진=박정미 프라이데이콤마 기자 iampim93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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