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95증시-주식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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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올해 증시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 대미를 장식했다.
폐장일의 종합주가지수가 92년 증시개방 이후 처음으로 연초수준을 밑도는 등 주식시장이 죽을 쑤는 바람에 투자자들은 우울한 한해를 보내야 했다.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실시 등 의 요인으로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채권투자자들은 의외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올해는 특히 「기관화 장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기관투자가들이 맥을 못 추었다.매매규모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축소됐다.투신.증권.은행 등은 너나 할 것 없이 주식투자 실패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허덕였다.올해의 주식.채권시장을 결산해 본다.
[편집자註] 95년 주식시장은 유난히도 투자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증권사에서 10년을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가 『올해처럼고통스러운 해는 없었다』고 말할 정도니 일반투자자들이야 오죽했을까. 27일 종합주가지수 882.94로 주식시장이 마감돼 연초 대비 130포인트 이상(12.9% 하락)지수가 하락했다.
연초만 해도 주식시장이 이처럼 맥없이 무너질 것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막상 장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시장의 모양은 영 좋지 않았다.
멕시코 페소화의 폭락,베어링은행 파산으로 이어지는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국내 주식시장을 흔들더니 하반기에는 비자금파문이라는 장외악재가 주식시장을 침체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시장침체의 원인은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었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분석이다.경기를 보는 시각은 상반기에는과열,중반에는 경기연착륙 기대감,하반기에는 경기급랭 우려로 시시각각 변했다.
경기과열논쟁이 한창이던 연초 주식시장은 주도주가 없는 가운데대형주.중소형주.엔화상승수혜주.금융주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매가형성되더니 경기연착륙 가능성이 득세하던 중반에는 경기관련 우량주 및 반도체관련주 주가가 힘차게 올랐다.
최근 경기연착륙 기대가 약해지고 부터는 다시 내수관련주가 장전면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서도 내수관련주로서 실적호전까지 뒷받침된 보험업종은 거의 1년 내내 상승세를 유지해 연간 업종지수상승률이 40%를 웃돌기도 했다.
전반적인 약세장으로 평가되는 올해 증시에서도 정부는 예외 없이 안정책을 내놓았다.증시안정기금의 주식매입과 기관 순매수유지등을 골자로 하는 5.27증시안정대책이나 7월1일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 등이 그것이다.
증시관계자들은 5.27증시안정대책은 별효과가 없었다고 분석하지만 외국인투자한도 확대는 어느 정도 약효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 외국인투자한도 확대와 함께 매매비중이 늘어난 외국기관의 입김에 국내주식시장이 흔들거리기도 했다.지난 5월 다이와(大和)증권이 유화업종을 나쁘게 평가한 뒤 유화주가 폭락한 것이나 메릴린치증권의 보고서 한 장이 올해 장세를 이끌어 온 삼성전자의 기를 꺾은 일들은 기억될 만한 사건들이다.
일반투자자들의 시장이탈도 올 주식시장을 괴롭혔던 현상이다.연초만 해도 새해부터 실시될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일반투자자들이 증시주변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자금유입 가능성이 약해지고 주가도 기대수준에 못 미치자 일반투자자의 증시이탈이 가속돼 올 한햇동안 일반인들은 총 2조1,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났다.
부광약품을 비롯한 작전종목이 감독당국에 속속 적발되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꺾었다.
올해는 국내주식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킨 2건의 제도변경이 있었다.가격제한폭의 확대와 당일반대매매제도의 허용이 그것인데 이들 제도는 당초 예상처럼 투기수요를 조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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