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펀드’ 10월엔 개인도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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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르면 10월께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탄소펀드가 나온다. 탄소펀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이나 탄소배출감축(CDM) 사업을 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다. 동양투신은 17일 세계적인 탄소배출권 관련 회사인 에코시큐리티즈와 업무 협약을 맺고 다음달 2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에 이어, 10월에 공모펀드도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지난해 말 정부 주도로 조성한 탄소펀드가 있지만 민간이 내놓는 사모펀드와 공모펀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하면서 탄소배출권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 탄소배출권이 원유를 제치고 상품시장의 맏형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떠오르는 탄소배출권=2005년 100억 유로 규모였던 탄소배출권 시장은 지난해 400억 유로로 불어났다.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유럽탄소거래소(ECX)에 따르면 유럽 내 자체 시장의 탄소배출권(EUA) 2008년 12월물 가격은 연초 t당 평균 21.97유로에서 지난달에는 25.39유로로 15% 넘게 상승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배출권 값이 t당 200달러는 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남동발전은 21일 국내 온라인 탄소배출권 거래소인 ‘ACX코리아’에 탄소배출권 매물 정보를 올려 국내 첫 온라인거래소를 통한 매매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LG화학·SK에너지·하이닉스도 탄소배출감축 사업 진출을 위해 유엔 등록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펀드=지난해 말 정부 주도로 출범한 국내 첫 탄소펀드인 ‘한국사모탄소특별자산1호투자회사’는 아직 투자 대상을 정하지 못했다. 펀드 규모도 당초 2000억원의 60%인 120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탄소펀드의 투자 대상을 발굴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동양투신운용이 에코시큐리티즈와 협약을 체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회사는 현재 27개국에서 273개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7월 중 선보일 사모펀드는 5년 만기 폐쇄형으로, CDM 사업에 투자해 얻은 탄소배출권(CER)을 유럽 등 거래 시장에서 판매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에코시큐리티즈는 CDM 프로젝트 발굴과 탄소배출권 거래 등 펀드 운용과 관련한 전반적인 자문을 맡는다. 에코시큐리티즈의 마크 스튜어트 회장은 “환경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만 40년간 45조 달러를 투입해야 한다”며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수년 만에 수십 배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투자 수단은=탄소펀드 외에도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길은 있다. 우선 탄소배출권 사업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현재 국내기업 중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곳은 후성과 휴켐스다. 카프로는 CDM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한국코트렐·에코프로·케너텍은 공해물질 감축 장치를 생산해 탄소배출권 시장 확대의 수혜를 볼 수 있다. 아예 탄소배출권을 포함, 원자력·풍력·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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