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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은행주인찾기 제대로 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금융개방화시대의 한국금융산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신세다.금융산업의 대내개방이 중요한 줄 알면서 아직도 개혁이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정부가 은행의 주인찾기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민간자율과 시장원리를 강조하면서도 아 직도 자금흐름에 정부가 발을 담그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재정경제원내부 실무자간의 토론회에서 은행주인찾기를 비롯한 은행개혁방안이 논의됐으나 결론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우리가 될듯하면서도 안되는 은행개혁을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현재의경기양극화추세의 중심에 은행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려 해도 구조적으로 어렵게 돼있다.
물론 대외개방이 되면 큰일나겠다는 걱정도 배경에 깔려있다.
당초 신경제계획에는 은행의 자율적인 발전을 위해 금융전업(專業)기업가 방안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은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12%까지 은행주를 소유할 수 있게 길을 터주었다.그러나 실제로 의사가 있는 개인이 나서기에는 불 가능할 정도로 조건이 까다롭다.은행의 자율인사를 위한 다른 제도도「빛좋은개살구」다.은행장추천위원회의 9명위원중 3명이 전직은행장출신인데 이들은 경력상 정부눈치를 안볼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은행들이 21세기에는 몇개의 대형은행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비상한 판단아래 엄청난 규모로 합병하고 있다.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금력과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이 은행들과경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현상황이 지속된 다면 그야말로속수무책이다.문을 계속 잠그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일부 재무관료들은 믿고 있는 것 같다.그러나 그것이 가능할까.더 무서운 현실은 그 누구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면서 변혁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자금의 흐름은 인체에 흐르는 혈관과 같다.이 흐름을 매개하는은행산업이 건실해야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고,경제는 그만큼 성숙해질 수 있다.이제 겉치레가 아닌 은행 바로 세우기를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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