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유럽 유통업체들 ‘그린 라벨’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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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 우유의 총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200g입니다’.

유럽 각국의 유통업체가 판매 상품의 환경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친환경 라벨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에 따르면 수퍼마켓 체인 카지노는 연말까지 100여 개 상품에 대해 ‘그린 라벨’을 부착한다. 그린 라벨에는 제품의 탄소 정보가 표시된다. 예를 들어 유리병에 담긴 100g짜리 요플레 네 병 묶음의 CO2 배출량은 310g이다. CO2 배출량 계산은 우유의 기본 원료가 되는 소 사료 등을 경작할 때부터 시작된다. 그러곤 ‘공장 생산→수퍼마켓에 운반→냉장고 보관’의 과정의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될 때까지 단계별로 표시된다. 상품의 이동 거리도 중요한 요인이다. 같은 유제품이라도 프랑스산은 CO2 배출량이 220g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온 것은 300g을 넘는다. 탄소 정보 계산은 외부 전문 업체가 한다. 포장 용기의 재활용 등급도 표기된다. 재활용 플라스틱은 1등급, 일반 비닐은 3등급이다. 가전제품에 에너지 효율 등급을 표기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프랑스 유통업체 르클레르는 구입한 모든 제품의 탄소 정보를 알려준다. 상품의 바코드에 가격과 함께 탄소정보를 입력해 영수증에 구입 상품의 총 탄소 배출량을 표시하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 북부 두 개 지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영국의 테스코 역시 지난달 탄소정보 표기제 도입을 발표했다. 현재 20여 개 품목에 대해 CO2 배출량을 표기한 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테스코는 또 2010년까지 포장재를 25% 줄이기로 했다. 스위스의 미그로스는 품목별로 환경 챔피언 상품을 선정하는 클리마톱(CLIMATOP) 제도를 도입했다. 몇 가지 품목을 정해 같은 군의 상품 가운데 CO2 배출량이 가장 적은 제품을 뽑아 라벨을 붙여 주는 방식이다.

유럽 업체들이 환경정보 알리기에 나선 이유는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때문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상품 구매 기준에서 ‘친환경 제품이냐’의 비중이 커졌다. 기업 간의 친환경 경쟁을 유도하려는 목적도 있다.

프랑스 정부도 친환경 바람을 적극 이끌고 있다. 장루이 보를로 환경장관은 최근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10여 개 상품군에 대해 CO2 할인·할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CO2 배출량이 적은 상품은 보조금을 줘 가격을 할인하고 기준치보다 많은 상품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프랑스는 이미 올 초부터 자동차에 대해 이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입 패턴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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