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식중독 예방엔 매실 절임 한 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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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24면

매화나무 열매인 매실(梅實)이 요즘 제철을 맞았다. 6월 중순∼7월 초순에 채취한 것이 청매(靑梅)다. 아직 덜 익어 과육이 단단하며 색깔이 파랗다. 노랗게 익어 과육이 무른 것은 황매(黃梅)라 한다.

매실을 너무 일찍 따는 것은 피해야 한다. 덜 익은 씨에 청산배당체(아미그달린)라는 독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독소는 매실이 익거나 가공하는 동안 크게 줄어든다.

매실은 가공 방법에 따라 오매(烏梅)·금매(金梅)·백매(白梅)로도 분류한다. 오매는 청매의 껍질을 벗기고 씨를 뺀 뒤 짚불 연기에 그슬려 말린 것이다. 오매는 가래를 삭이고 구토·갈증·이질·술독을 풀어 주는 한약재로 널리 쓰인다. 금매는 청매를 증기로 찐 뒤 말린 것으로, 술 담그는 데 주로 이용된다. 백매는 청매를 묽은 소금물에 하룻밤 절인 뒤 햇볕에 말린 것으로, 입 냄새 제거에 유용하다.

한방에선 매실을 약성이 강한 과일로 친다. 특히 3독, 즉 음식·혈액·물의 독을 없애준다고 여긴다. 음식·물의 독을 풀어 준다는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매실에 항균 성분이 있어 식중독이나 수인성 전염병 예방에 유효하다는 것이다. 한방에선 세균성 이질(소화기 전염병) 환자에게 오매 18g을 달여 먹도록 처방한다. 일본 사람들이 주먹밥이나 도시락에 매실 장아찌(우메보시)를 넣고, 생선회를 먹을 때 우메보시를 함께 먹는 것도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다.

여름에 매실 장아찌나 매실 절임을 즐겨 먹는 것은 효과적인 식중독 예방법이다. 청매를 씻어 물기를 완전히 뺀 뒤 과육을 여섯 쪽으로 잘라 설탕과 함께 용기에 넣고 서늘한 곳에 15∼20일 놔둔 것이 매실 절임이다. 여기서 건져낸 과육에 소금 간을 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꺼내 먹으면 된다. 소금 함량이 높으므로 식전에 하루 한 알씩만 먹는 것이 좋다.

매실은 주독(酒毒)과 숙취 해소에도 효과 만점이다.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능이 있다. 매실 즙이 알코올분해효소(ADH)의 활성을 40% 가까이 높인다는 사실은 국내 연구진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음주 뒤 매실 농축액을 물에 타서 마시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기가 한결 가뿐해진다. 믹서로 갈아 과즙을 낸 매실과 설탕을 5대3 비율로 섞은 뒤 끈적끈적해질 때까지 약한 불로 끓인 것이 매실 농축액이다.
매실은 또 피로 회복용 과일로 유명하다. 매실에 든 피루브산과 피크린산은 간을 보호하고 간 기능을 높이며 독성물질을 해독한다. 여기에 덧붙여 매실의 구연산(유기산의 일종)은 피로의 주범인 젖산을 분해해 체외로 배출시킨다.

매실은 신맛이 너무 강해 거의 유일하게 생으로 먹지 않는 과일이다. 한방에선 매실을 날로 먹거나 덜 익은 것을 먹으면 복통·설사를 일으키고 뼈·치아를 상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덜 익은 매실은 특히 임산부와 어린이에겐 금기 식품이다. 평소 위산의 분비가 많아 속 쓰려 하는 사람에게도 처방되지 않는다. 위 점막을 자극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약용으로 섭취하더라도 한 번에 6∼18g 이상 먹는 것은 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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