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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다시 暗雲-정치테러 난무.경제파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캄보디아 정세에 슬픔을 느낄 뿐이다.』 반세기에 걸쳐 캄보디아를 이끌어온 노로돔 시아누크(73)국왕.그가 최근 영국의 한 언론인에게 이같은 구절이 담긴 편지를 썼다.
캄보디아를 취재하면서 시아누크의 심정이 피부에 와 닿았다.정쟁(政爭)에 따른 폭력사태와 경제난,국왕 후계문제가 한데 얽혀캄보디아가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기 때문이다.유엔 캄보디아과도행정기구(UNTAC)가 떠난지 2년반만에 다시 학살.가난의 망령들이 되살아나고 있다.캄보디아에 불안을 드리우는 가장큰 요인은 훈센 제2총리(인민당 당수)주도의 정치테러다.군을 사실상 장악한 훈센이 야당탄압에 불을 댕기면서 정치폭력이 꼬리를 물고 있다.9월의 손산 불교민 주당 당수 집 폭탄테러와 10월에 일어난 야당지 신자유보 신문사 습격사건은 대표적인 예다.프놈펜 거리의 탱크 모습과 유엔평화유지군 주둔시 가판대에 범람했던 신문수 격감은 정치테러의 상징에 다름아니다.
훈센은 여당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11월에는 연정내 1당인 민족연합전선 사무총장 시리부드가 훈센 암살기도 혐의로 구속됐다.프놈펜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시리부드를 기소할 만한 증거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시리부드는 곧 프랑스로 추 방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한다.
경제난도 혼란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폴 포트파와의 전투에 국가예산의 3분의1을 써 민생고가 가중되고 있다.94년 하반기에는 군사지출에 세출액의 절반을 쓰기도 했다.
한 프놈펜 언론인은 『경제난은 훈센이 연정을 깨고 개발 독재로 돌아설 수 있는 토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국왕 후계문제도 향후 정국의 변수다.후계문제는 시아누크가 백내장.당뇨병을 앓고 있는데다 유력한 차기 국왕후보 였던 시리부드가 구속되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차기 국왕후보는 자격을 갖고 있는 왕족이 수백명인데다 훈센의의중 등이 얽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한다.
프놈펜=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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