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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장 '60~70대 쉬세요' 발언 사죄성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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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열린우리당의장이 60대 이상 노년층은 투표를 안해도 된다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싸고 파문이 일자 지방순회일정을 일부 취소하고 2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대국민 사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2일 '60-70대 유권자 폄하' 발언과 관련, 거듭 머리를 숙이며 파문 진화에 애썼다.

전날 오후 전남지역 순회일정을 중단하고 밤늦게 급거 상경한 정 의장은 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오전 안필준 대한노인회장과 차흥봉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장을 방문, 사과한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성명을 발표했다.

정 의장은 성명에서 "20~30대 젊은이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한다고 한 말이 크게 잘못됐다"면서 "어르신들께서 나라의 건설과 민주화에 기여했듯이 젊은이들도 나라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발언의 진의를 해명했다.

정 의장은 "저도 올해 83세 되신 노모를 모시고 있다"며 "오늘도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노모의 당부를 지키지 못한 것을 통탄한다"고 자책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며 품에 파고드는 자식이 있다"며 자애를 구했다.

아울러 당내 노령화대책특위를 확대 개편하고 노인복지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 의장은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와 조세형(趙世衡).김명자(金明子) 고문 등과 서울시청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노인단체 합동기자회견 장소로 이동, 큰 절을 올리며 다시한번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변창남 한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등 노인들은 "6.25를 극복하고 경제기적을 일궈낸 우리가 왜 물러나야 하나" "정 의장은 나이가 안 드나. 우리가 할복자살하지 않는 게 다행이다" "책임 못 질 일을 하고 절 한번 하면 끝나는가"라고 꾸짖는 등 노여움을 풀지 못했다.

영등포 중앙당사도 아침 일찍부터 노인들의 항의전화와 방문시위가 쇄도하는 등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당직자들은 특히 '탄핵 역풍'으로 조성된 열린우리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정 의장의 말실수로 역풍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풍(老風)'에 대한 걱정을 반영하듯 중앙당은 이날 243명의 총선후보에게 지역구내 노인정을 사과방문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예정된 부산 방문을 하루 늦추고 노모와 함께 성당을 찾아 참회기도를 올리는 등 근신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동영의장 사과성명 전문]

잘못했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엎드려 용서를 구합니다. 20∼30대 젊은이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한다고 한 말이 크게 잘못됐습니다. 어르신들께서 나라의 건설과 민주화에 기여했듯이 20∼30대 젊은이들도 나라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백배 사죄한다고 해서 어찌 그 노여움을 풀 수 있겠습니까. 저의 실언이 어르신들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속죄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정말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발언이었음을 다시 한번 사죄 드립니다. 진노하셨을 어른신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제가 행한 잘못된 발언을 모두 거두고 이렇게 정정하여 바로잡겠습니다.

"20∼30대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참여하고 뛰어야 합니다. 그래야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의 이 나라를 있게 한 어르신들의 인생과 노후를 의미 있고 편안하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어르신들도 함께 뛰어주셔야 합니다.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어르신들의 지혜를 활용해야 합니다. 국민통합을 위해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와 어르신들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 노소통합을 먼저 이룩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나라의 과거 역사 뿐 아니라 미래역사도 더욱 의미 있고 충실하게 열어갈 수 있습니다."

저도 올해 83세 되신 노모를 모시고 있습니다. 어찌 어르신들은 공경하지 않겠습니까. 매일 아침 집을 나서는 저에게 노모께서는 "오늘도 조심해서 다녀오너라"고 하루도 빠짐없이 당부하십니다.

노모의 조심하라는 말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탓에 오늘의 이 부덕한 행위가 있었음을 통탄합니다. 널리 용서해주시고 헤아려 주십시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고 합니다. 좋은 경험을 통해서도 배우지만 잘못된 경험을 통해서도 다듬어지고 깨우치게 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조심하고 잘 다듬어 가겠습니다.

또한 저에게도 자식이 있습니다만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며 품에 파고드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부모를 피해 다니는 자식도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크게 실수했습니다.

다시 한번 널리 용서를 구하고 어르신들의 품안에 더욱 깊이 파고들며 더 좋은 노인정책과 바른 방향의 정치로 보답하겠습니다. 앞으로 고령사회 대책을 수립하고 노인복지 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어르신들의 노여움을 풀어드리고 보답하겠습니다. 용서해 주시고 지켜봐 주십시오. 더 조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2004년 4월 2일

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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