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투자 가치는 … 아연·철 풍부한 지하자원 투자 선점 땐 독점권 매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평양 순안공항의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 근처에 지난달 13일 신형 공항버스<左>와 구형 버스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서 있다. 신형 공항버스는 올해 초 금강경제개발총회사(KKG)에서 지원했다. [사진=강정현 기자]

평양의 양각도 국제호텔 로비엔 스위스 시계 판매 대리점이 있다. 스위스 본사와 정식으로 대리점 계약을 맺어 2005년 문을 연 이곳은 티소나 벵거 등 값비싼 스위스제 시계를 파는 곳이다.

가격은 무려 300~500유로다. 우리 돈으로도 5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들이다. 판매원 김윤미(18·여)씨는 “주요 고객은 외국인이지만 평양 시민도 더러 사간다”고 말했다. 양각도 호텔 말고도 대리점이 세 곳이나 더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잠재적 시장으로서 매력이 있다는 증거다. 외국 기업들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사회간접자본(SOC) 시장이다. 북한의 SOC는 1980년대 이후 거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낙후돼 있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철도를 현대화하는 데만 4조5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초기 투자비용은 엄청나지만 한번 투자하면 독점권을 갖게 되고 표준화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기계설비의 현대화도 큰 시장이다. 대부분 북한 공장의 생산설비는 시급히 바꿔야 할 정도로 낡았다.

풍부한 지하자원도 외국 기업들에는 매력적이다. 마그네사이트(40억t·세계 2위)와 중석(16만t·세계 6위) 매장량이 특히 많다. 아연·철·동·몰리브덴 등 20여 종의 광물은 개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액 기준으로 3719조원(2006년 기준)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건구 한국광업협회 전무는 “한국은 60년대 중석 등 지하자원을 해외에 내다팔아 경제개발 재원을 마련했다. 북한도 우리와 비슷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원 시세가 폭등하고 있는 것도 매력이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북한에 경공업 원자재를 지원해 주는 대가로 아연괴를 받아왔는데, 아연의 국제시세가 올라 ‘남는 장사’를 한 뒤 차액 240만 달러를 북한에 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업·서비스업 등 기업 차원의 직접투자는 여전히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 소비시장도 아직까지는 왜소한 수준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외국 기업들이 북한에 관심을 갖는 분야는 부동산·인프라·자원개발 등 제한적”이라며 “북한이 매력적인 소비재 시장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북한의 특성상 기업 활동 여건이 여전히 안 좋은 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남북 경협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79.4%가 제도·절차상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외국 기업들은 대부분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투자를 바라보고 있다.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KCC)와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는 독일 기업인 바바라 운터벡은 “당장 이익은 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별취재팀 강영진·김영욱·채병건·정용수·이철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동영상=이병구 기자, 자문위원=조동호 이화여대교수,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