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해트트릭 마법’ 히딩크 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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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전에서 해트트릭을 한 다비드 비야<左>가 전반 20분 첫 골을 넣은 뒤 패스를 넣어준 페르난도 토레스와 함께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인스부르크(오스트리아) AP=연합뉴스]

11일(한국시간) 유로 2008 러시아전에서 해트트릭으로 히딩크의 마법을 깬 ‘꼬마(El Guaje)’ 다비드 비야(27·발렌시아)를 향해 스페인 사람들은 연방 ‘비야 마라비야(Villa Maravilla·놀라운 비야)’를 외쳐댔다.

장대비가 내리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노이 슈타디온. 1m75㎝의 ‘아담한’ 비야의 몸놀림 앞에서는 히딩크 러시아 감독의 마법도 속수무책이었다. 전반 20분 토레스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살포시 선제골을 뽑아내더니 전반 45분 이니에스타의 공간패스를 달려들며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가볍게 골을 추가했다. 후반 30분에는 파브레가스가 올린 크로스를 받아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후 오른발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유로2000에서 세르지우 콘세이상(34·포르투갈)과 파트릭 클뤼베르트(32·네덜란드) 이후 8년 만의 해트트릭이다.

스페인 발렌시아 소속으로 지난 세 시즌 동안 프리메라리가에서 64골을 뽑아냈지만 그의 대표팀 생활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유로 2008 예선에서 7골을 뽑아내는 활약에도 불구하고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라울 곤살레스(31·레알 마드리드)와 페르난도 토레스(24·리버풀)에게 비춰졌다. 그러나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라울을 제외시키는 초강수를 뒀고, 그 자리에 비야를 내세웠다. 라울의 상징이던 배번 7번도 그에게 넘겼다. 비야는 이날 해트트릭으로 라울을 그리워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그에 대한 의구심을 깨끗이 지웠다.

그의 영입을 노리던 빅클럽들의 경쟁은 이제 가속이 붙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이날 경기장을 직접 찾아 비야의 움직임을 꼼꼼히 살폈다. 비야는 이미 1600만 파운드(약 320억원)의 이적료를 제안한 토트넘과 3000만 유로(약 450억원)를 제시한 첼시의 제안을 거절했다. 다음 시즌을 위해 총 4억7000만 파운드(약 9400억원)를 준비한 리버풀도 비야 영입을 위해 발 벗고 나섰으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뒤늦게 뛰어든 레알 마드리드도 거액의 몸값으로 비야를 유혹하고 있다. 만년 2인자였던 비야의 인생 역전은 이제 시작이다.

인스부르크=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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