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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테마가 있는 여행] 미술관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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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 하하… 호호… 깔깔… 봄바람만큼이나 싱그러운 웃음소리 퍼지는 모란 미술관.

주말이 닥쳤다. 오늘 출근길 "이번 주말엔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겠다"는 부인의 말에 마음이 무겁다. 올 들어 마땅한 나들이 한번 못한 데다 이번주엔 내내 늦게 집에 들어갔다. 산만큼 튀어나온 부인과 애들의 입이 '가장 탄핵' 위기에 놓인 듯하다. 이 난국을 돌파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가장으로서 문화적 소양을 보여주면서도 가족 모두가 보람있게 주말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아이템….

그렇다면 북적대는 놀이공원보다 우아한 미술관 산책이 낫겠다. 미술관을 구경한 뒤 주변 명소, 소문난 음식점까지 들러 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멋진 계획이다.

벌써부터 "어머, 당신한테 이런 면도 있었어"하는 찬사가 들리는 듯하다. 어느 곳을 어떤 경로로 가보는 것이 좋을지 미술관 큐레이터들에게 직접 조언을 들어봤다. 작품 관람 포인트에서부터 자주 가는 맛집까지, 그들이 들려주는 설명만으로도 당분간 주말 계획은 문제 없을 것이다.

남양주.광주.양구 글=김필규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 잔디밭 가득한 조각품 - 모란미술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에 있는 모란미술관은 조각전문 미술관이다.

8600여평에 이르는 야외 전시관에만 국내외 조각가의 작품 100여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앉아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나른한 봄날 더없이 좋은 휴식이 될 것이다.

전시실 내에는 한국 근대조각가들의 작품 20여점이 전시돼 있다.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인들의 전통용품도 따로 전시한다. 이달부터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흙놀이 도예교실'을 운영하며 5월에는 '오늘의 한국조각전'을 개최한다.

주변정보=미술관과 이어지는 46번 경춘국도에는 유난히 능이 많다. 30만여평의 넓은 숲이 펼쳐진 광릉이나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묻힌 사릉, 고종황제.명성황후의 홍릉, 순종황제의 유릉도 나들이 삼아 들러볼 만하다. 광릉(031-540-2000)은 방문 닷새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특히 몽골 울란바토르시와 자매결연을 한 남양주시에는 몽골문화촌(031-592-0088)이 있어 아이들에게 색다른 문화를 보여줄 수 있다. '겔'이라고 하는 천막집과 장신구 등 전통물품 700여점이 있다.

문화촌 주변 몽골식당 옛고향(031-592-8801)에선 몽골 최고급 양고기 요리 '헐헉'(1㎏ 3 ~ 4인분 4만원)과 몽골식 군만두 '호쇼르'(한접시 2 ~ 3인분 1만2000원) 등을 맛볼 수 있다.

미술관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 위치한 쌍둥이해장국(031-511-5011)은 식사 때 주변 상인.회사원들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있는 곳. 선지해장국(6000원)이 대표 메뉴다.

*** 잣나무 숲속 궁전 - 영은미술관

영은미술관(경기도 광주시 쌍령동)은 경안천 변 잣나무 숲속 아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유리와 대리석으로 지어져 단순하면서도 맑은 이미지를 풍긴다. 이곳 창작 스튜디오에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가들이 일년씩 작품활동을 하면서 그 결과물로 일년에 한차례씩 기획전을 연다. 지금은 '나는 너와 같이'라는 주제로 방혜자.진유영.남기호.함연주.최지만씨 등 다섯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밤하늘의 별빛과 숲의 나무 틈새로 흘러드는 햇빛을 표현한 방혜자씨의 그림은, 낡은 명화를 보는 듯한 남기호씨의 작품과 어우러져 전시장 전체를 신성하면서도 경건하게 한다. 정원이 내다 보이는 2층에는 제주도 바닷가를 디지털회화로 표현한 진유영씨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5월 말부터는 '너는 나와 같이'라는 주제로 2부 전시가 시작된다.

주변정보=미술관 주변 먹거리 명소로는 팔당호 주변 분원리 붕어찜마을(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이 있다. 시래기에 갖은 양념을 듬뿍 넣고 푹 쪄내 비린내를 없앤 게 특징. 예전에 붕어는 특유의 흙냄새 때문에 낚시꾼들이 잡고도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곳 주민 이영숙(65)씨가 특유의 요리법을 개발해 팔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퍼져 이곳 붕어찜은 경기도의 명소가 됐다. 1976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이씨의 가게는 강촌매운탕(031-767-9055).

한편 이천 쪽 3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이천 시내 못 미쳐 '권정연 시절음식점'(031-638-8828)이 있는데 주인이 새벽마다 따온 약초와 꽃잎으로 찬을 만든다. 토속주와 함께 먹으면 제격. 정식은 1인분 1만2000원이며 소갈비.홍어무침 등이 추가되는 3만원짜리는 예약해야 한다. 인근에 있는 이천쌀밥집 청목(031-634-5414)도 추천할 만하다. 비지장.우거지국.꽁치조림 등이 함께 나오는 쌀밥 1인분에 9000원.

돌아오는 길엔 43번 국도를 통해 남한산성 유원지로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로 가보자. 입장료(대인 1000원.차량 1000원)를 받지만 30분 이내에 나가기만 하면 출구에서 돌려준다.

*** 대자연과 대가의 향기 - 박수근미술관

박수근(1914 ~ 1965) 미술관은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 화가의 생가터에 세워졌다. 30 ~ 60년대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던 그의 작품만큼 소박하면서도 아담한 미술관이다. 어려운 시절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색채로 화폭에 담았던 그의 향기를 작품뿐 아니라 유품.사진 등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자녀에게 그려 준 동화책, 자신의 작품을 손수 오려 만든 삽화첩 등에도 화가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산책로를 따라 전시관 앞 동산에 오르면 양구읍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주변정보=서울에서 양구까지는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 춘천 소양댐 선착장(033-242-4832)에서 양구로 가는 배편(요금 5000원)도 있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매일 운항한다. 양구까지 30분 소요.

지난해 일반에 개방된 민통선 두타연 생태관광코스는 반세기 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곳이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양구군청에 따르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마지막 전투 장면인 두밀령 전투가 이곳 두밀리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군사지역이므로 방문 이틀 전 양구군청(033-480-2251)에 참가 신청(대인 2000원.어린이 1000원)을 해야 한다. 그 밖에 미술관 근처에 있는 향토사료관.선사박물관(033-480-2677)도 가볼 만하다.

부담없이 식사를 즐기려면 도촌막국수(033-481-4627)가 제격. 돼지고기 편육(6000원)을 백김치에 싸먹는 맛이 그만이다. 막국수(3500원).감자전(3000원)도 일품. 읍내 초입에 있는 석장골 오골계집(033-482-0801)의 숯불구이(한마리 2인분 2만5000원)도 빼놓으면 아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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