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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이동주씨 한국화연구집대성 3권 책 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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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에 대한 독창적 해석으로 척박했던 한국 미술사에 기름진 영양제를 공급해왔던 동주(東洲) 이용희(李用熙.78)씨가 일평생에 걸친 한국화 연구를 결산하는 3권의 책을잇따라 내놓는다.
李씨는 미술사가라기보다 서울대교수.통일원장관.대우재단이사장.
아주대총장등 국제정치학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그러나 일찍부터 눈뜬 그림에 대한 식견과 독자적 연구로 한국화의 흐름을 체계있게 정리한 것으로도 정평나 있다.미술관련 저서에는 동주란 이름을 써오고 있다.
李씨는 미술대학등에서 공식적인 교육은 받지 않았으나 60여년에 이르는 긴 세월동안 중국 혹은 일본과 구분되는 한국화의 특질을 독학으로 천착해왔다.특히 수많은 그림을 직접 보고 거기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미의식을 바탕으로 한 그의 화론 (畵論)은 원화(原畵)를 감상하기보다 전문서적 등을 통해 미술에 접근하려는 일반인들의 오류를 질타한다.미술계 일부에서는 한국화의 감식안을 놓고 볼 때 그를 능가할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는 평가도 아끼지 않는다.
李씨가 펴낸 책은 『우리나라의 옛 그림』(학고재),『한국회화소사』(범우사),『우리 옛그림의 아름다움』(시공사) 등.앞의 두권은 이전에 발표했던 내용을 새로 고친 것이며 마지막 책은 이번에 첫선을 보인다.특정한 주제 아래 엮지 않고 그때그때 사정에 맞췄기 때문에 다소 내용의 중복은 있으나 현학적 전문용어를 자제,미술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한국미의 독창성을 어렵지 않게 좇아가게 한다.따라서 이책들은 서양미술의 일방적 득세에 밀려 갈수록 위축되는 한국미술의 명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나온 『우리나라…』은 지난 75년 박영사에서 초판이 나온 한국 회화 입문서.그동안 절판으로 구하기 힘들었으나 20년만에 개정판이 나와 애호가들의 환영을 받게됐다.내용상의 큰 변화는 없으나 겸재(謙齋)정선(鄭)과 단원(檀 園)김홍도(金弘道)의 세계를 새롭게 정리하고 「미술사와 미술사학」「장면과화면」등 두편의 논문을 추가했다.초판의 한문투 문장을 한글세대에 맞게 고쳤으며 수록도판의 해상도도 크게 높였다.
이달말께 출간될 『한국회화…』는 지난 72년 李씨를 미술사가로 한국화단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했던 책.우리 그림에 관한 첫 통사(通史)로 꼽히는 이 책 역시 서문문고 1호 출간 이후82년 한차례 개정판이 나왔으나 이후 절판됐었다 .이번에는 판형을 변형국배판(22×24.5㎝)으로 키우고 그림도 모두 컬러로 실었다.고구려 담징이 그린 일본 호류사(法隆寺)『아미타정토(阿彌陀淨土)』의 전체를 소개하는가 하면 17세기 조선의 화가조지운(趙之耘)의 『영모(翎毛)』명 칭도 『매상숙조도(梅上宿鳥圖)』로 바꾸는 등 책 전반에 걸쳐 수정을 가했다.초판보다 도판을 50여점 이상 추가하는 한편 고구려벽화와 불화 부문을 대폭 보강했다.
『우리 옛그림…』은 삼국시대부터 조선말까지 이른바 명화로 일컬어지는 작품에 대한 해설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감상력을 배가하는데 중점을 둔 교양서적.89년 연세대 「다산강좌」 내용을 李씨가 올해 다시 수정한 것을 책으로 엮었다.모두 250여개에이르는 원색도판을 큼지막하게 게재,읽는 책보다 보는 책을 내세웠으며 연말 혹은 내년초 간행될 예정이다.
미술사학자 홍선표(洪善杓.한국미술연구소장)씨는 『연구가 주로70,80년대에 진행됐지만 탁월한 감식안에 뿌리를 둔 李씨의 성과는 90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 책들로 부진했던 한국미술사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 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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