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듀스수사,물증 확보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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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기 댄싱그룹 듀스의 전멤버인 가수 김성재(金成宰)씨의 사인(死因)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약물중독사로 밝혀지면서숨진 金씨의 애인 金모양이 살해용의자로 긴급구속됐다.경찰은 시체(屍體)에서 검출된 성분의 약물과 주사기 등을 金양이 구입한적이 있는데다 숨진 金씨가 金양과 헤어지려 하면서 갈등이 있었다는 주변사람들의 증언 등으로 미뤄 범인이 틀림없다고 발표했다.그러나 당사자인 金양은 경찰의 발표내용을 모조리 부인하면서 결백을 호소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사내용이나 정황으로 보아 金양에게 혐의가 있다는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숨진 金씨와 가장 늦게까지 함께 있었던데다 사건을 전후한 金양의 행적도 상당히 미 심쩍다.그러나 金양이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데다 경찰이 金양의 범행을 입증할만한 물증(物證)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물증확보가 안된 사건일수록 자백을 강요하게 마련이어서 가혹행위.고문시비가 뒤따르기 십상이다.자백했더라도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무죄판결이 내려진 강력사건은 한두건이 아니다.부산 강주영(姜周英)양 유괴피살사건의 피고인 4명이 8일 대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것도 좋은 교훈이 아닌가.그런데도 또 정황증거만으로 구속했다는 것은 수사를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우리 나라의 강력사건수사도 이제는 육감수사에서 벗어나 과학.물증수사로 바뀔 때가 됐다.강력사건수사는 범인검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완벽한 공소유지를 통해 범인은 반드시 붙잡히고,또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것을 만천하(滿天下)에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살인사건이 더 이상 『심증(心證)은 가나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내려지고,검.경찰이 수사를 포기해 영구미제(永久未濟)사건으로 남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또 신병확보를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법정구속기간에 쫓겨 수사가 소홀해지는 수사기관의 잘못된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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