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자율 대폭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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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자금 사건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매듭 국면에 들어섰지만재계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인 조사및 처벌과정에서 실추된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하며,차제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제도정착 여부 등이 심각한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검찰 수사에 묻혀 미뤄왔던 내년 사업계획 수립및 연말 정기인사 등도 이젠 서둘러야 하고,기소된 기업들의 경우에는 재판 준비도 해야 한다.
여기에 5.18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정치권의 혼란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경우 가뜩이나 하강국면에 들어선 국내 경기가 더욱 움츠러들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깔려있다.
재계는 이 때문에 총수 구속 등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하더라도 안도할 입장은 못된다.『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일단 이번 사건이 기업 내부의 경영체질을 혁신하는 일대 전기가 될 것으로는 보고 있다.
분위기 쇄신과 이미지 회복 등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룹마다 전문경영인 역할강화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과 대폭적인 인사를 통한 세대교체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두산.한보그룹은 계열사 통폐합,대우는 무소유경영,LG는오너 친인척 거래처 실태조사에 나선데 이어 5일에는 동아그룹이회장이 아닌 사장중심의 자율경영체제를 발표해 이같은 흐름에 가세했다.또 대우.쌍용.두산.진로.동양.코오롱. 대농.한국유리.
한국타이어 등은 큰 폭의 인사를 잇따라 단행했다.
삼성은 이번주 안,현대는 올해말께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고 나머지 그룹들도 다양한 쇄신책을 준비중이어서 당분간 재계에「변화 러시」가 닥칠 전망이다.정치권과의 관계 등외부 문제는 재계의 더 큰 고민이다.
이번에 큰 곤욕을 치른 만큼 다시는 검은 돈이 오가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관이 돼 윤리헌장을 만들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지만 실효를거둘지는 미지수다.
검은 돈은 기업 의지만으로는 근절할 수 없고,정치권이 요구하지도 받지도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기업인들은 내심 정치권이 앞장서서 정경분리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바라고 있기도 하다.또 5.18수사,내년 총선 등이 경제 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걱정하고 있는데 기업들은 일단 내년 사업계획을보수적으로 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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