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친박 인사 요직 기용 건의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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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10면

-쇠고기 파동으로 정권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보나.
“정부가 너무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미국 소는 우리 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검역의 관점에서 접근했어야 했다.”

한나라 당권 도전장 낸 박희태 前 국회부의장

-18대 국회가 개원조차 못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 가야지 왜 길거리를 돌아다니나. 학생이 학교에 가야 되듯이 국회의원은 국회로 가야 한다. 먼저 야당에서 국회를 열자고 해서 문제를 따지고 정부 측의 답변도 들어보고 대책도 마련하고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지금 여당은 국회를 열려고 하고 야당은 못 열게 하니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닌가 싶다. 과거에는 야당이 국회 열자고 하면 여당이 안 열었다. 국회 열어놓으면 시끄럽고 정부가 곤혹스러우니까 여당은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했던 적이 있다.”

-공공부문 개혁 등까지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공직사회를 안정시키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공부문 개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너무 떠들어서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하면 사회 전체가 불안하게 된다. 하나하나씩 가능한 것부터 조용히 진행시키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인수위 때부터 너무 떠들썩했다. 조용히 해도 충분한데 인수위에서 모든 걸 다 하려고 개혁한다, 뭐 한다 욕심과 의욕이 넘쳤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부서를 없앤다 하면 거기에 관련된 국민이 많을 것 아닌가. 농촌진흥청 건만 해도 전 농촌의 농민이 궐기해서 농촌진흥청 폐지에 반대한다고 시위하고 농촌을 들쑤셔놨지 않나. 결국은 폐지도 못했다.”

-올바른 당청 관계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나.
“우리는 10년 동안 청와대가 없는 상황에서 당을 운영해 왔다. 당헌을 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한 구절밖에 없다. 언뜻 들으면 대통령이 하는 일에 뒷바라지만 하는 것 같은데 옳지 않은 일이 있으면 옳지 않다 하는 것이 올바른 당청 관계다.”

-관리형 대표를 표방했는데.
“관리형이라는 것은 주자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대통령 후보로 나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우리 당이 상당한 갈등의 국면을 거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또 주자들이 나와서 당 운영을 하면 상처가 아물기 전에 또 다른 상처를 낼 가능성이 많다.”

-친박 복당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복안은.
“복당 문제는 이제 끝내기 절차만 남아있다. 복당이 되고 나면 나는 계파 갈등을 없애기 위해 탕평인사책을 쓸 생각이다. 복당해서 들어오는 분들에게 당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마련해 줄 것이다.”

-친박 인사들의 정부 요직 기용을 건의할 생각도 있나.
“물론이다. 청와대에 건의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총리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카드이긴 하지만, 그건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 내가 이야기할 사안도 아닌 것 같다.”

-개헌론에 대한 생각은.
“시대의 요구는 대통령의 권한을 좀 더 분산시키고 책임제를 가미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제는 무책임제 아닌가. 연임제 얘기를 하는데 내가 볼 때 그것은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연임제를 도입하면 책임요소가 들어온다 하지만 그 책임이 전반부에만 있지 후반부에는 없다. 게다가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현실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서 웬만하면 안 떨어진다. 결국은 임기 연장책에 불과한 것이다.”

-의원 내각제를 생각하나.
“그런 셈이다. 그런데 과거 한 번 실패한 경험 때문에 국민들이 많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과거의 실패는 내각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당시 시대상황의 영향이 컸다. 이를 잘 알려서 내각제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 싶다.”

-당권 경쟁자인 정몽준 의원과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 의원과는 20년간 같이 정치를 한 친구다. 그 친구와 어떻게 경합을 하나 밤낮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만간 대화를 해보고 싶다.”

-총선에서 낙천됐는데 당에 서운한 감정은 없나.
“인간인 이상 서운한 감정이 왜 없겠나. 하지만 논리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뛰어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낙천 후에 선거대책위원장도 맡고 전국을 다니며 지원유세를 했다.”

-20년 만에 원외가 됐는데, 무엇이 가장 바뀌었나.
“이제 국회의원 체질에서 평민 체질로 바꿔야지. 그런데 아직 얼떨떨하다.”

-원외 당 대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지만 지금 강재섭 대표도 원외고 민주당 대표들도 다 원외지 않나. 한나라당에서도 과거 총재가 원외인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원내대표가 과거 원내총무보다 훨씬 권한이 강화됐다. 원내 문제를 총괄하는 사령탑이 당 대표와 투톱 시스템을 이뤄 잘 조화할 수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호흡이 잘 맞을까.
“홍 의원은 검찰 후배고 역동감을 소유한 정치인이다. 내가 못 가진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대변인 활동을 하면서 ‘총체적 난국’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등 많은 신조어를 유행시켰는데, 요즘 대변인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 대변인들은 너무 스트레이트로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 같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데. 유연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곁들일 필요가 있다. 직접 비판하는 것이 당장은 강도가 센 거 같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비유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이 국민들에게 옮겨가면서 유행을 타면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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