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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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그녀와 한참 웃고 떠드는데 바위문이 열리면서 상운이 나타났다. 『무척 즐거운가 보군.복수하러 온 사람같지 않군.』 『한 미인을 잃으니 또다른 미인을 얻는군요.우리는 나중에 만나면 서로 좋게 지내기로 약속했죠.당신은 그런데 구애받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마누라가 바람피운다고 안달복달하는 것은 애들이나 하는 짓이지.내가 바쁜데 내 대신 사랑해줄 사람이 있으면 그것도 괜찮지.그러나 임신은 시키지 말아.괜히 다른 남자의 애기까지 신경쓰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애는 사랑하나 보군.
』 『물론…그들은 내 분신이니까…그런데 채영의 시신은 어떻게 하고 이렇게 빨리 찾아왔지.』 『채영을 곱게 묻는 것보다 빨리복수를 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너에게 그럴 만한 힘이 있을까?』 『힘은 없죠.당신만큼 돈은 없으니까…그러나 난 당신만큼 오만하지는 않죠.』 민우는 품에서 총을 꺼내 상운의 머리를 겨누었다.상운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민우의 총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상운은 깜짝 놀라면서 푹 고꾸라졌다.상운의 이마에서는 뻥 구멍이 뚫린 채 피가 샘솟듯 솟고 있었다.민우는그 끔찍한 광 경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상운의 첩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오히려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놀랍지 않아요? 당신 남편이 죽었는데….』 『상운씨가 흥미를 느낄 만하군요.바로 방아쇠를 당기다니….』 민우가 어리둥절해 할 때 그녀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허공에는 상운이 조는 듯 마는 듯 떠있었다.민우가 깜짝 놀라 시체를 보니 시체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는 다시 거꾸로 머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컴퓨터그래픽,가상 현실이로군!』 『제법이군.그러고 보니 채영은 죽지 않았군.그 정도까지 아는 것을 보니….』 『전에 들었던 얘기죠.』 민우는 다시 상운의 얼굴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상운은 두 팔을 들어 민우의 총을 막았다.민우의 총알이 그의 팔에 맞아 퉁겨나갔다.
『플로팅 제복은 총알도 막아낸다더니….』 『너희들이 감히 나에게 음모를 꾸미려 하다니….』 상운이 눈을 번쩍 뜨고 노려봤다.그의 눈에서는 형형한 푸른 빛이 흘러나오는 게 마치 먹이를노리는 짐승과도 같았다.
『조심하세요.저 모습은 상운씨가 직접 공격하기 직전의 모습이에요.』 상운의 첩이 민우에게 귀띔을 했다.
글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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