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청와대·내각 대수술 나설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권 내부의 인적 쇄신이 급물살을 타는 기류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고 내각 총사퇴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6일 오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선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미 사의를 표명한 류우익 대통령실장 이하 참석자들이 모두 사직서를 썼다. 그리고 이동관 대변인은 곧바로 기자실을 찾아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 수석들의 전원 사표는 일단 인적 쇄신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사의를 표명하지 않고 있어 이 대통령이 준비 중인 인적 쇄신의 폭이 제한받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한나라당에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새롭게 거쳐야 하는 내각의 개편보다 청와대 고위급 인사들에 초점을 맞춰 ‘대폭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정을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거나 “일괄 사의 표명이 능사가 아니다”며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이날의 일괄 사표는 새로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6·4 재·보선 참패와 확산되는 촛불시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심은 최종적으로 드러날 이 대통령의 인사 쇄신안에 쏠려 있다.

당초 인적 쇄신과 관련한 청와대 내부 기류는 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쪽이었다. 한번 쓴 사람을 잘 내치지 않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출범 100일 만에 청와대와 정부를 대수술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선 민심의 심각성과 한나라당의 ‘대폭 쇄신’ 요구를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의 결단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내각도 쇄신 태풍을 비껴 나가기 어려운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승수 총리를 포함한 정부 부처 장관들도 이르면 8일께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래서 쇄신 폭도 당초 거론되던 ‘장관 3~4명, 수석비서관 1~2명’설이 쑥 들어가는 대신 교체 대상이 그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 총리와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 여권 내 ‘빅2’의 거취에 대해 이 대통령 주변의 기류는 아직까진 신중한 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석들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한 총리와 류 실장 등 주요 사령탑은 경질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쇠고기 파문 수습의 고비가 될 이 대통령의 인적 쇄신안은 다음주 중반인 11~13일 발표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로 예정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100만 명 촛불대행진 집회 상황을 지켜본 뒤 쇄신안을 발표하자는 게 대체적인 기류”라고 말했다. 급박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청와대 측은 “쇄신안이 정국을 가라앉힐 최종 종착역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민심의 동향을 끝까지 체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