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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 산란 앞둔 은빛 병어 살 씹을수록 감칠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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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6일 오후 전남 신안군 지도읍 송도 위판장. 병어(사진)가 가지런히 담긴 나무 궤짝들을 경매사가 하나씩 경매에 부치고, 중매인 30여 명이 싼값에 낙찰을 받으려 손짓에 눈짓까지 하며 경쟁을 벌였다. 요즘 위판장 하루 거래량은 15㎏짜리 궤짝으로 6000~7000개.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나고 서해 남쪽으로 회유하다 신안군 비금도·임자도와 영광군 안마도 부근에서 잡힌 것들이다. 이 해역은 바닥이 사질(沙質)이고, 해마다 이맘때면 병어들이 산란을 위해 찾는다.

은빛 병어가 제철을 맞았다. 이홍석(55) 신안군수협 북부지점 지도유통과장은 “지금 병어의 맛이 최고”라고 말했다.

요즘 병어는 산란 직전이어서 살이 통통히 오르고 단단한 데다 알이 꽉 차 있다. 15일께를 지나면 알을 뿜어 버려 살이 야위고 육질이 뻣뻣해진다. 박노일(62·비금도)씨는 “21t짜리 어선에 5~6명씩 타고 조업해 하루 대여섯 궤짝을 잡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고 전했다. 수온이 예년보다 2~3도 낮아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판장에 들어오는 전체 물량은 새우잡이 어선까지 가세했기 때문에 지난해와 비슷하다. 소비자가격은 어른 손을 쫙 편 크기의 병어 20마리를 담은 상자가 17만원가량. 중간 씨알의 30마리짜리 상자는 20만원 안팎이다.

병어는 몸이 납작하고 마름모꼴이다. 등쪽은 연한 푸른색이거나 회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흰 살이 연하고 지방이 적어 담백하다. 비린내도 거의 나지 않는다. 몸통 가운데 큰 뼈 말고는 잔가시가 없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병어는 다른 생선과 달리 얼렸다 녹여도 맛이 살아 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한 해 동안 먹을 것을 이즈음에 한꺼번에 구입해 내장을 빼는 등 손질한 뒤 냉동실에 넣어 두고 한 마리씩 꺼내 요리한다.

신안군은 7~8일 송도 위판장 주차장에서 신안 병어축제를 연다. 싱싱한 각종 병어 요리를 음식점 가격의 절반에 맛볼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IC와 이어진 광주~무안고속도로의 무안공항IC에서 빠져 해제·지도 방향으로 30여 분을 가면 된다. 서울에서 네 시간가량 걸린다. 문의 061-240-8908.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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