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아이들에게 ‘긍정의 힘’을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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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생명보험업계 최초 여성 부사장’이란 수식어가 항상 붙어다니는 손병옥(56·사진) 푸르덴셜생명 인사 담당 부사장. 손 부사장은 “하루가 48시간 같다”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바쁘게 산다. 그런 그가 최근 직함 하나를 더했다. 난치병 아이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재단인 메이크어위시(Make a Wish·이하 MAW) 국제본부의 재무 담당 이사회 회원으로 선임된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MAW본부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의 일원이 된 것이다. 사실 그는 한국 MAW재단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숨은 주인공이다.

“2001년에 일본 MAW재단 회원이자 푸르덴셜생명에 근무하던 지인에게서 연락을 받았어요.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국 어린이가 MAW 재단에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한국 어린이니까 한국 쪽에서 도와주면 어떻겠느냐고요.”

당시 한국에는 MAW지부가 없었고, 난치병 아이를 돕는 것은 일분일초가 급한 일이었다. 마침 사회사업팀을 이끌고 있던 손 부사장이 회사에 건의를 해서 아이를 디즈니랜드에 보낼 수 있었다.

“알아보니 아시아 여러 나라가 이미 MAW재단의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왕 이런 상황을 알게 됐으니, 직접 뛰어 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죠.”

회사에 MAW재단 설립 추진 건의를 했고, 승낙을 받았다. 미국 재단 본부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 2002년 11월 승인을 받아냈다. 그 뒤 회사가 물심양면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준 덕분에 최근 MAW 국제본부로부터 최우수 기업 파트너 상도 받았다.

한국MAW 재단이 지금까지 소원을 들어준 아이는 7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들의 사례를 열거하다 손 부사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구절절 짠한 사연들이 너무 많아요. 백혈병을 앓던 12살 아이가 가장 많이 생각나네요. 작가가 되고 싶다던 그 아이가 틈틈이 써온 글을 책으로 엮어줬는데, 책이 나오기 바로 전에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그 아이 영전에 책을 바쳤어요.”

물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사례도 많다.

“난치병을 앓던 아이들이 소원이 이뤄지자 성격도 밝아지고, 병세도 호전된다는 얘기를 듣는 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어요.”

아이들이 희망의 힘으로 병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며 손 부사장도 평소의 지론인 ‘긍정의 힘’을 더욱 믿게 된다고 한다.

“열정을 갖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면 일도 가정도 모두 잘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열정도 노력이죠. 한 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열정적으로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실패는 할지언정, 후회는 하지 말아야죠.”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자원봉사를 마음껏 해볼 생각이에요. 재단 활동을 하면서 봉사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고, 좀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가만, 그러고 보니 평생 일이 줄지를 않네요.”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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