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청와대부터 바뀌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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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 개원일인 5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심재철 의원의 자리에 ‘민주당은 돌아오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재·보선=한나라당 승리’.

지난 10년간 정치권에서 대체로 통용되는 공식이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나서는 족족 이겼다. 17대 국회 초반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의 전신)의 과반 우위가 허무하게 무너진 것도 재·보선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6·4 재·보선의 결과는 한나라당으로선 익숙지 않은 패배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예견된 결과라곤 하나 내용이 좋지 않다.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이 밀렸으나 무소속 후보에게였다. 이번엔 민주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한나라당에서 “곱씹을수록 참패”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5일 당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는 “겸허히 반성하고 앞으로 심기일전해 잘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김학원 최고위원도 “대통령 취임 100일의 결과라고 하기엔 차마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참패를 당했다”며 “안방, 윗방이 없고 아랫목, 윗목이 없을 정도로 참패한 의미를 곰곰이 되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국민의 믿음을 되찾아올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수습책 논의도 봇물을 이뤘다. 대체로 세 가지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청와대 입장보다 ‘과감한’ 주장이 많아 당·청 간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다.

①“대폭 쇄신해야”=당에선 대폭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얼마 전 강재섭 대표가 대통령께 폭넓은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아서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거론돼 왔던 분들에 대해서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나경원 의원도 “인적 쇄신에 있어 한두 명 교체하는 식으로 국민 마음을 달래겠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백지에 새로 쓰는 자세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기류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장파 의원은 “우린 대폭, 청와대는 소폭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당에선 “소폭으로 할 경우 민심에 밀려 한 번 더 물러서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청와대는 “인물 발굴, 인사청문회 등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고 호소한다. 청와대 일각에선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주장”이란 거친 비판도 나온다.

②“지금이 쇄신 적기”=청와대는 인적 쇄신이 국정 수습의 마지막 단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개각이 늦어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쇠고기 문제 수습 방안과 인적 쇄신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져야 상황이 정리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학원 최고위원은 “그동안 우리 당에서 여러 번 얘기했던 국정 쇄신, 인적 쇄신이 늦어지는 감이 있다”며 “조속한 기일 내에 결단 내려서 국민 앞에 새로운 각오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모습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③“청와대가 바뀌어야 한다”=한나라당은 청와대 내의 인적 쇄신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권력 투쟁으로 비칠까 봐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물론 기획·정무라인에 대한 인사도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껏 이명박 대통령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던 사람들이 여전히 쇄신안을 마련한다고 하고 있다”며 “철옹성인 그들이 지금 자리를 지키는 한 새 사람이 들어간다고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6·4 재·보선 참패에 대한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반응

·강재섭 대표 “겸허히 반성하고 앞으로 심기일전해 잘해보겠다”
·정몽준 최고위원 “재·보선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요새 진짜 배우는 게 많다”
·김학원 최고위원 “아랫목, 윗목이 없을 정도의 참패 의미를 곰곰이 되씹어 봐야”
·권영세 사무총장 “지역 유권자의 선택 명심하고 겸허하게 민심을 받들어 나가겠다”
·청와대 “…”(공식 반응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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