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정국-全씨측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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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3일 전격구속에 연희동측은 전날의 저돌적인 기세가 한풀 꺾인채 측근들만 시내 모처에 모여 구속 이후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특히 全씨측은 이날 향후 검찰조사에는 全전대통령이 묵비권행사 또는 혐의의 일체 부인으로 일관한 뒤 기소후 사법부가 관할하는 재판과정에서 본격적인 반박에나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全씨의 법률고문인 이양우(李亮雨)변호사는 2일밤 귀가해 TV로 강제연행 소식을 듣고 즉시 합천으로 내려가 합류,3일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도 무산됐다.
이미 합천으로 향했던 장세동(張世東)전안기부장.안현태(安賢泰)전경호실장.허문도(許文道)전통일원장관.민정기(閔正基)비서관등은 3일 오전 안양교도소에 수감되는 全씨의 뒷모습을 지켜본 뒤李변호사와 함께 연희동 이순자(李順子)씨를 찾아 全씨의 말을 전하며 위로했다.李변호사등 측근들은 연희동을 나온 후 시내 모처에서 全씨 구속 이후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全씨측은 향후 교도소 면회일정.변호인 선임등 모든 법적절차를 李변호사가 전담키로 했다.특히 변호인은 李변호사가 단독선임될 것으로 전해졌으나 세(勢)과시를 위해 일단 법무장관 출신등 5공측 율사들에게도 변호인단 참여를 타진해볼 방침으로 알려졌다.
李변호사는 지난 12.12검찰조사의 5,6공측 공동대리인이었던 한영석(韓永錫.6공 민정수석)변호사에게도 최근 도움을 요청했으나 韓변호사는 『나는 6공측 변호사』라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全전대통령은 재조사에서부터 기소까지 검찰의 어떤 조치에도 일체 협조를 거부한다는 전날 「골목성명」의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한 측근은 밝혔다.
2일 全씨의 대국민담화에서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검찰을 규정했고 『어떤 조치에도 협조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全씨는 이에따라 검찰조사에서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혐의내용을 일체 부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李변호사는 이와함께 『우리측 주장과 논리가 담긴 지난해 12.12서면답변서와 나름대로 준비한 관련자료등도 재판과정에서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또 全씨측은 이양우변호사가 4일부터 매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재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해 여론의동조를 계속 모색하기로 했다.
관심을 끌고 있는 5,6공 신당창당등 정치적대응에 대해서는 『구상한 적도 없고 추진하지도 않겠다』(李변호사)는 게 이들의공식입장.그러나 민자당측 5공의원들과 연희동의 연락이 계속되고있는 상황에서 의원들의 탈당등 향후 변수에 따 라 그 가능성을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3일 오전 전두환(全斗煥)씨가 전격 수감된 후 연희동 全씨 집 주변은 침통함과 무력감이 감도는 분위기.
全씨가 2일 대국민성명을 내고 고향인 합천으로 떠날 때까지 전의(戰意)에 차고 분주했던 분위기와는 대조적.
이같은 기류는 全씨집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오전11시30분쯤 연희동을 찾은 장세동(張世東)전 안기부장은 체념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전날만 해도 연희동을 드나들며 기자들이 서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 고 미소를 짓던 이날 여유는 간데 없고 초조감마저 비쳤다.
최훈.이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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