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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기행>"지도자의 정신" 화워드 가드너-삭제요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우리 사회에는 존경받는 지도자가 너무 없다.』 어제 오늘 듣기 시작한 탄식이 아니다.이 탄식이 요즘 더욱더 절박해지고 있다.전직 대통령이 형언하기 힘든 파렴치범으로 드러나는가 하면민주화의 지도자로 자타가 공인해온 인물들이 서로의 식언과 독선을 극단적인 언사로 비난하고 있다.
우리 사회만의 문제도 아니다.2차대전을 전후한 「거인들의 시대」는 옛이야기가 돼가고,개성적인 지도자보다 조직의 속성에 따라 세상이 돌아간다.정치가들의 도토리 키재기보다 마돈나와 빌 게이츠의 화려한 몸짓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냉정 의 긴장감마저 사라진 지구촌은 과연 인간적인 지도력 없이 메마른 확률론에따라서만 흘러갈 것인가.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지도자의 정신』(원제 Leading Minds.Harpercollins 刊)을 쓴 것도 이런 상황에 아쉬움을 느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지도력을 역사적 상황이나 대중의 요구에 대한 반응으 로 해석하는근래 유행하는 관점 대신 그는 지도자의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는전통적 관점을 답습한다고 스스로 밝힌다.
「많은 사람들의 사고와 감정.행동에 영향을 끼친」20세기의 인물 11명이 이 책에 집중적으로 분석되어 있다.통상적 의미의정치적 지도자는 대처 수상 하나 뿐이다.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원자탄 개발을 지휘한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시카고 대학의 야심적총장 허친스,GM을 30여년간 이끈 슬로운,모범적 군인 마셜 원수,여성운동의 새 장을 연 엘레너 로즈벨트,흑인 인권운동의 상징 킹 목사,바티칸공의회를 이끈 교황 요한 23세,유럽공동체형성의 배경에서 활약한 장 모네, 비폭력주의자 마하트마 간디가등장한다.
가드너의 인식론적 지도자가 추종자들에게 전달하는 「이야기」(story)를 중심개념으로 한다.시간을 두고 펼쳐지는 것이란 점에서 고정된 형태를 띠는 「메시지」와 다른 것이라고 한다.그내용의 중심이 되는 것은 집단의 정체성과 가치관 이다.우리가 함께 속한 집단이 어떤 것이며,그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일깨워주는 것이 곧 지도력의 발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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