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용적률 싸고 또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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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재건축 시장이 `용적률 문제`로 또다시 시끄러울 것 같다.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총 건축면적의 비율) 상향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으나 용적률 조정에 대한 지자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이후 잠잠했던 용적률 문제가 총선을 전후해 다시 불거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길까 우려한다.

◆"용적률 높이자"=300가구 또는 1만㎡ 이상으로 재건축하는 단지는 정비구역.지구단위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용적률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종(種) 세분화 과정에서 2종으로 지정된 송파구 가락시영, 강남구 개포주공 등 재건축 단지들이 정비구역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강서구 등 2종 재건축 단지가 많은 지역도 용적률 조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3~5건씩 접수돼 있다. 종 세분화는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층수에 따라 1~3종으로 나누는 것이다. 2종이면 용적률 200% 이하, 층수 12층 이하로 재건축해야 한다.

가락시영(6600가구)재건축조합은 3종으로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정비구역 신청서를 송파구청에 낼 계획이다. 이 단지는 이웃 아파트가 대부분 3종으로 지정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지난해부터 용적률 상향을 요구해왔다. 이 조합 송규만 사무국장은 "역세권 대로변에 있고 주변 아파트가 거의 3종으로 지정돼 가락시영만 2종으로 묶을 이유가 없다"며 "조합원들에게서 정비구역 지정 동의서를 받아 구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종이 되면 용적률이 250%로 높아지고, 층수 제한도 없어져 집을 더 지을 수 있다.

개포지구(1만2210가구)도 단지별로 정비구역 수립을 추진 중이다. 개포지구의 경우 2종의 허용 용적률(200%)을 최대한 찾고, 층수 제한을 풀기 위해 정비구역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단서조항이 불씨=서울시의 경우 종 세분화를 발표하면서 `사업 진행과정에서 단지별로 용적률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조항이 빌미가 되고 있다. 어떤 조건일 때 용적률을 올릴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때문이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용적률은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인데, 단서조항에는 종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는 모호한 가이드라인만 나와 있어 혼란을 부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는 "도정법 시행 이후 정비구역 수립 사례가 없는 데다 구체적인 지침이 부족해 실무자들도 헷갈릴 정도"라고 토로했다.

몇몇 2종 단지가 3종으로 올라갈 경우 다른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용적률 상향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성남 등에서 재건축 컨설팅을 하는 GNI건축 정상환 소장은 "용적률이 올라가는 선례가 나올 경우 2종으로 지정된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 조정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서울시 진철훈 주택국장은 "용적률 상향은 도로.공원.학교 부지를 기부채납할 경우 가능하다"며 "부지 확보에 따른 추가비용을 감안하면 현행대로 추진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값 부추길까=용적률 조정이 현실로 드러나면 재건축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신축 가구 수가 늘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진다. 재건축 투자 수요를 자극할 틈새가 또 생기는 것이다.

재건축 컨설팅 업체인 다우엠앤디 김용수 사장은 "2종 단지가 3종으로 바뀌면 조합원 추가부담금이 20~30% 줄어든다"며 "용적률 상향은 개발이익 증가를 뜻하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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