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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물가 우선” … FRB 금리인하 행진 멈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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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재의 금리 수준은 적당하다.”

벤 버냉키(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통화정책회의의 위성방송 연설을 통해 “지금의 금리 수준은 성장을 촉진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적당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달러 가치 하락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 월가는 FRB가 당분간 금리를 인하할 뜻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AP통신은 “버냉키 의장이 더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FRB는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올 4월까지 금리를 계속 내렸다. 그 결과 기준금리는 5.25%에서 2%로 3.25%포인트 떨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촉발된 신용위기가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금리가 내려가면서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물가는 급등했다. 투기 자본이 상품 시장으로 몰리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도 생겼다. 고심하던 버냉키가 결국 금리 인하 기조를 멈추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지금은 경기를 부양하는 것보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신용위기가 고비를 넘기면서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버냉키 의장은 “신용위기가 줄어들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다소나마 경제여건이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 24∼25일로 예정돼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월가는 관측하고 있다.

이처럼 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바꾼 곳은 미국만이 아니다. 치솟는 물가에 국민 생활이 위협받으면서 전 세계 국가들이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은 200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인플레이션 방어에 쓸 예정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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