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도요타 회장, LG 공장서 탄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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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지오 도요타자동차 회장

지난달 중순 경남 창원의 LG전자 에어컨 공장을 찾은 조 후지오(張富士夫) 도요타자동차 회장은 동행한 구본무 LG 회장에게 연방 “대단하다”는 치하를 건넸다. 마른 수건도 짜서 비용을 줄이는 ‘도요타웨이’는 전 세계 제조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후지오 회장은 “도요타보다 나은 부분도 많다”고 감탄했다. 도요타 8대 협력업체의 하나인 기후차체공업의 호시노 데쓰오(星野鐵夫) 회장은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도요타 방식의 핵심을 창원공장은 잘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2일 기자가 찾은 창원공장 에어컨 라인은 겉보기엔 2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올해 2000만 대 생산, 글로벌 매출 70억 달러를 달성하자’는 표지판에 임원부터 사원 대표까지 서명한 것이 건물 입구에 눈에 띄는 정도였다. 하지만 에어컨 생산팀의 구석근 부장은 “생산라인은 생물과 같아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내용이 확 달라졌다”고 자신했다.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작업자의 팔이 닿는 곳에 모든 부품과 공구를 두는 ‘평형 생산 방식’이 먼저 눈에 띄었다. 드라이버나 인두 같은 공구를 머리 위에 줄로 매달아 놓았다. 사용한 다음 손을 떼면 그 자리에 남아 있어 공구를 잡기 위해 허리를 숙일 필요가 없다. 부품도 리프트 위에 올려놓아 하나를 집어 쓰면 다음 부품이 허리 높이로 올라온다. 구 부장은 “이는 현장 작업자들의 끊임없는 의견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장 벽에는 작업자들의 개선 제안을 담은 노란색 메모지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빨간색 메모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실수하기 쉬운 부분에 설명을 크게 써붙인 ‘아차공정’도 도입했다.

작업 환경도 확 달라졌다. 부품을 운반하는 대당 5000만원짜리 무인 자동차를 350만원을 들여 자체 제작했다. 용접 공정에서는 라인을 따라 물이 떨어지는 ‘나이애가라 폭포’를 만들었다. 화염과 분진을 흡수해 에어컨을 쓸 때보다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크다. 에너지 절약 효과도 있어 이달부터 전 공정에 설치하기로 했다. 에어컨 부문의 오정원 소사업부장(PBL)은 “조립하다 실수로 떨어뜨린 개당 3원짜리 나사못을 회수하는 꼬마 자동차를 만들 정도로 원가 절감 노력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LG전자의 가전 부문인 DA사업부는 올 1분기에 매출 3조470억원, 영업이익 1439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126억 달러로 월풀(194억 달러)과 일렉트로룩스(156억 달러)에 이어 3위다. 에어컨 부문은 2000년 이후 8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탁기와 냉장고도 전체 매출은 3위권이지만 드럼세탁기가 미국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프리미엄 제품의 경쟁력은 뛰어나다. 덕분에 가전 대기업으로는 드물게 5%를 넘나드는 이익을 낸다. 특히 에어컨의 올해 영업이익률 목표는 10%에 달한다.

서석장 에어컨연구소장은 “유가가 뛸수록 에어컨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보일러 대신 에어컨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는 것이다. 서 소장은 “에어컨 난방은 보일러를 가동할 때보다 효율이 세 배 정도 높다”며 “한국에서는 전기요금 누진폭이 커서 외면을 받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럽만 해도 난방 시장이 70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에어컨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이야기다. 서 소장은 “흔히 가전을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편안한 삶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유망 분야”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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