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1 학비로 고품질 강의 사이버대 경쟁력 자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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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학위를 딸 수 있는 원격(사이버)대학이 일반대학과의 경쟁을 시작한다. 평생학습시설로 분류됐던 원격대학이 일반대학과 똑같이 고등교육법 적용을 받는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받게 되기 때문이다. 3년간 묶였던 신규 설립 규제도 풀리고, 대학원 설립도 가능해진다. 원격대학 간은 물론 일반대학과의 실력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런 내용의 ‘사이버대학 설립·운영 규정안’을 의결하고 곧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2001년 9개 대학 6400명으로 출발한 원격대학은 현재 전국 17개교에 7만60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7년 사이 학생 수가 12배 가까이 늘었다. 원격대학은 실제 캠퍼스가 없다. 교수들이 강의를 녹화해 인터넷에 올리면 돼 비용도 적게 든다. 학생들은 어느 때나 온라인 수업을 듣고, 질문을 하면 교수는 24시간 내에 답해 준다. 미국은 ‘피닉스대학’ 같은 원격대학은 물론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일반대학도 원격강의가 활발하다.

17개 대학의 협의기구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이영세(61·대구사이버대 총장·사진) 이사장은 3일 “경쟁력 있고 우수한 강의로 일반대학과 실력을 겨루겠다”며 “대학의 무한경쟁과 생존게임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원격대학이 고등교육법 적용을 받게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일반대학과의 불평등이 해소된다는 의미다. 원격대학은 평생교육법에 따라 평생학습시설로 인정돼 왔다. 학생들은 졸업 뒤 학사나 전문학사모를 쓸 수 있었으나 일부 불이익이 있었다. 고등교육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양사 자격증 같은 국가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 일부 외국대학은 유학생으로 받지도 않았다.”

-17개 대학이 모두 고등교육기관으로 전환하나.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내년 3월부터 전환하려면 올 7월까지 교육과학기술부에 신청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교수 1인당 학생수 200명, 기본재산 35억원(4년제) 이상 같은 기본 요건을 갖춰야 한다.”

-고등교육기관이 되면 정부 혜택이 있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연구비 신청도 할 수 있다. 물론 감사도 받아야 한다. 지금은 두뇌한국(BK)21 사업 신청자격도 없다. 정부가 17곳에 지원하는 돈은 콘텐트 개발비 명목으로 연간 7억5000만원이 전부다. ”

-일반대학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

“입학 경쟁률이 5대1, 10대1인 학과도 있다. 기업의 ‘신상품’처럼 특성화한 교육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 히트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대학이 노벨상 수상자나 세계 석학을 교수로 데려오려 해도 돈 때문에 엄두를 못 낸다. 원격대학은 미리 강의를 녹화해 두면 돼 얼마든지 가능하다. 강의의 질이 뒤질 이유가 없다. 대학이 적은 돈을 들이고도 높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

-신규 설립 대학과의 경쟁도 예상된다.

“신설 희망 학교법인은 이달 말까지 신청하도록 돼 있다. 몇 개 일반대학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다.”

-공정한 학사관리가 문제다.

“강의가 부실하면 바로 총장들에게 항의가 들어온다. 평소 교수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온라인상으로 출석을 체크하고 시험을 보기 때문에 일부 부정도 있을 수 있다. 시스템을 더 보완해야 한다.”

-고졸자 대학진학률이 84%다. 원격대학은 공급과잉 아닌가.

“재학생 열 명 중 세 명은 전문대졸 이상자다. 프로그램만 좋으면 학생은 얼마든지 있다. ”

-규제가 다 풀린 것인가.

“서울과 지방의 정원비율을 9대1로 정한 것은 불평등하다. 교육은 자율과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대학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양영유 기자

◇원격(사이버)대학=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일반 대학과 똑같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대학이다. 2001년 처음 설립돼 전국에 17곳이 있다. 15곳은 4년제, 2곳은 2년제다. 신입생은 매년 상·하반기 뽑는다. 대학별로 최종 졸업학교 성적증명서와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로 서류전형을 한다. 한 학기에 최소 9학점에서 21학점까지 수강 가능하며, 140학점 이상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학비는 학점당 보통 6만~8만원(21학점 평균 120만~130만원)으로 일반 대학의 3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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