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 탬파베이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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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만년 하위 팀 탬파베이는 월가의 금융인 출신 세 사람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스튜어트 스턴버그와 맷 실버맨이 공동 구단주이고, 마크 프리드먼도 지분을 갖고 있는 부사장이다.

돈 만지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이들도 냉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실수를 좀체 용납하지 않는다. ‘만년 꼴찌 팀’ 구단주로서 감독 교체라는 칼을 수시로 휘둘러 왔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이들은 달라졌다. 코치와 선수들에게 “함께 팀을 바꿔 나가자”고 역설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실버맨 구단주는 “악마를 떨쳐 버려라!(Drop the Devil!)”고 외쳤다.

팀 이름을 데블레이스에서 ‘악마(Devil)’를 떼어내고 레이스(rays)로 바꿨다. 녹색의 팀 색깔도 돔구장 분위기에 맞게 군청색으로 교체했다.

구단주들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일까. 탬파베이는 개막 이후 3일까지 아메리칸리그 동부조에서 ‘호화군단’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당당히 1위(승률 0.614)를 달리고 있다. 1998년 팀 창단 이후 두 달여 넘게 1위를 달린 것도 처음이다. 지난 10년간 1위에 오른 날이 총 15일에 불과할 정도의 약팀이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포장만 바꾼다고 팀 성적이 치솟는다면 이렇게 쉬운 일도 없다. 탬파베이는 내용을 채워 나갔다. 음주운전으로 지난 겨울 경찰에 체포됐던 짐 히키 투수코치를 유임시켰다. 예전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었다.

히키 투수코치는 지금도 “나는 구단에 큰 빚을 졌다”고 강조한다. 탬파베이는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3할대 승률에 머무르며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최하위 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단은 조 매든 감독을 교체하지 않았다. ‘포용 정책’을 쓴 셈이다.

구단 살림에 맞게 선수단 보강도 이뤄졌다. 같은 조의 양키스와 보스턴이 수년간 경쟁적으로 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비싼 몸값으로 영입했지만 영세한 탬파베이가 이를 따라가긴 힘들었다. 대신 FA로 풀리기 전인 팀 주축 선수들과 미리 장기계약을 했다. FA를 앞두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다가 다른 팀으로 간 뒤에는 부상 때문에 ‘개점휴업’하는 선수들이 태반이다.

FA 계약의 폐해를 파악하고 중저가 선수들을 입도선매해 선수에겐 욕심 부리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구단으로선 돈도 절약되니 일석이조였다. 팀 에이스인 제임스 실즈와 스콧 카즈미어를 각각 7년 4400만 달러, 3년 2850만 달러에 장기계약했다.

메이저리그 경력 일주일도 안 됐던 유망주 유격수 에반 롱고리아와는 올 4월 초 최대 9년에 총연봉 4400만 달러 다년계약을 맺어 메이저리그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가을 팀 역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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