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원정’ 12번째 적을 넘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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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지성·안정환·김남일(왼쪽부터) 등 축구대표선수들이 월드컵 예선 원정 2연전을 위한 출국에 앞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파주=뉴시스]

허정무팀이 중동과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지옥의’ 원정 2연전에 나섰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밤 요르단 암만으로 출국했다. 한국은 4~6일 현지 적응훈련을 한 뒤 7일 요르단을 상대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4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9일 터키 이스탄불로 이동해 숨을 고른 뒤 14일 중앙아시아의 ‘복병’ 투르크메니스탄과 5차전을 벌인다.

북한이 2일 투르크메니스탄과 득점 없이 비긴 덕분에 한국(1승2무)은 조 1위를 유지했다. 2위 북한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3골 앞섰다. 하지만 3위 요르단(1승1무1패)과 불과 승점 1차. 최종예선에는 각조 2위까지 두 팀이 오르지만 지금대로라면 진출을 낙관할 수 없는 허정무팀이다.

한국은 원정 2연전에서 2연승을 노리지만 녹록지 않다. 태극전사들은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서 유난히 힘을 쓰지 못했다. 2003년 이후 중동에서 치른 원정경기에서 한국은 2승1무4패다. 2003년 10월 아시안컵 예선 때는 한 수 아래인 오만에 1-3으로 졌다. 2004년 10월 월드컵 예선에서는 레바논과 1-1로 비겼다. 그 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2005년 월드컵예선 0-2패), 아랍에미리트(2006년 친선경기 0-1패), 이란(2006년 아시안컵 예선 0-2패)에 무릎을 꿇었다.

시차, 음식, 현지 팬 등 극복해야 할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큰 변수는 급속한 체력저하를 불러오는 더운 날씨다. 요르단 암만은 낮 최고기온이 섭씨 37~38도. 투르크메니스탄의 아슈하바트는 40도를 넘나든다. 김종훈 북한 감독이 투르크메니스탄 원정 후 “그렇게 더운 날씨에서 경기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다.

3일 오전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훈련의 화두도 체력이었다. 윗몸일으키기 후 슈팅을 하고 운동장 돌기를 반복하는 등 이번 소집기간 중 가장 힘든 훈련이 이어졌다.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일부러 선수들을 혹사시켜 경기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려는 계획이다.

허 감독은 출국에 앞서 “(부진에 따른) 비난은 내가 받겠다. 지금 선수들에게는 격려가 필요하다. 최종예선 진출에 전념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북한축구 대표 19일 입국

한국과 3차예선 최종전(22일·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게 될 북한 축구대표팀이 19일 입국한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북한이 19일 직항로 대신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입국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남북 관계자끼리 개성에서 실무협의를 열어 북한선수단의 숙소와 훈련일정 등을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문제 삼아 홈경기를 중국 상하이에서 치렀던 북한은 “한국의 홈경기도 제3국에서 치르자”고 주장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달 초 서울 개최를 확정했다. 남북은 3월 26일 상하이 대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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