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택시 2000여 대 교회로 몰린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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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8시30분 대전역 앞 택시정류장. 40여 대의 택시가 길게 줄을 섰다. 서울·천안에서 KTX를 타고 온 승객 수백여 명이 한꺼번에 역을 빠져나왔지만 택시를 타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 지하철을 타거나 지하도를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고유가 여파로 승객은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루 12시간을 근무하는 대전 택시들의 사납금은 하루 7만5000원. 이 돈을 채우기 위해서는 20명가량의 손님을 태워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10명 태우기도 어렵다. 게다가 지난달 LPG가격이 1000원대로 뛰면서 연료 충전에만 하루 6만~7만원이 들어간다. 한때 ‘금값’으로 통하던 개인택시 면허도 1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택시 40대를 운행 중인 성모운수 김대식 전무는 “가스 값이 2년 전보다 두 배나 올랐다. 택시기사 구하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회사(법인) 택시 운전사인 박정환(42)씨는 “새벽에 집을 나와서 밤 12시까지 일해도 하루 10만원 벌기가 힘들다. 사납금을 채우고 나면 주머니에 남는 돈은 천원짜리 몇 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전의 한 교회가 택시기사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대전 서구 탄방동 천성감리교회는 주일인 1일 ‘전 교인이 택시 타고 오는 주일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오전 예배시간을 앞둔 교회 앞에는 택시 100여 대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4500여 교인이 집에 승용차를 둔 채 이용한 택시는 2000여 대. 택시비는 3000원에서 많게는 7000원가량. 평소 주일이면 1000여 대의 승용차로 북적댔던 주변 도로는 한산했다. 교인들은 자투리 택시비(거스름돈)는 웃돈으로 남겼다. 조성근 천성감리교회 담임목사는 “택시기사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주기 위해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매달 한 차례 모든 교인이 택시 타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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