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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新인간>9.미국 女주니어 대표골퍼 박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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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골프의 종주국은 영국이지만 세계골프의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간지는 이미 오래다.
고인이 된 보비 존스를 필두로 바이런 넬슨.샘스니드.벤호건등이른바 「골프의 전설」로 불리는 대가들이 모두 미국 출신이다.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1세기에 한번 나올까말까할 정도로 역대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골프황제 잭 니클 로스 역시 전형적인 미국인이다.
미국 골프는 스타만 배출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남녀프로골프무대인 PGA.LPGA,그리고 시니어프로계는 제각기 매주 한 차례씩 대회를 치르고 있으며 대회 평균상금만도 100만달러(7억8,000만원)를 웃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일류 프로들이 모두 미국으로 몰려들어 상금을 먼저 챙기기 위한 「별들의 전쟁」을 수없이반복하고 있다.결국 미국골프의 1인자라면 세계 1인자나 다름없다. 이러한 미국골프무대에서 여자주니어부를 대표하는 골퍼가 바로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호라이즌 고등학교 11학년(한국의 고교2)에 재학중인 유학생 박지은(朴枝垠.미국명 그레이스 박.16)양이다.
미국의 골프무대는 크게 3단계로 나눠진다.PGA.LPGA투어등 프로들의 무대가 최고 단계며 대학골프를 포함한 아마추어골프가 그 다음이다.나이제한이 없는 아마골프계는 프로진출의 등용문역할을 하고 있다.여기에 18세이하의 미성년자 골퍼들끼리 저마다 세계 1인자의 꿈을 키우는 현장이 주니어골프계다.
물론 주니어부의 왕자라고 해서 프로세계의 1인자로 바로 연결될 수는 없다.그러나 지난해 미국 주니어무대를 석권한데 이어 올해는 대학등 아마추어 골프계를 휩쓴 흑인 청소년 골퍼 타이거우즈(19.스탠퍼드대 2)가 제2의 골프황제 잭 니클로스로 불리듯 주니어부 1인자는 세계정상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누구보다 많다는 점에서 박지은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미국 골프계도 그녀에게 보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여고생타이거 우즈」란 별명이 생겼는가 하면 프로를 능가하는 장타에다호쾌한 경기스타일로 여자프로골프의 정상을 다투는 켈리 로빈스에자주 비견되기도 한다.
90년 3월 서울 리라국교를 졸업한 뒤 골프유학길에 오른 朴양이 주니어골프 스타로 부상한 것은 지난해.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은 그는 유학초기엔 나이도 어리고 학업에 전념하느라 대회출전을 자제했다고 한다.그러다 외국생활 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골프연습에 몰두하기 시작,92년말 마침내 꿈에 그리던 미국 주니어골프계에 입문하는데 성공했다.그후 朴양이 거둔 성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 94년 .올해의 선수' 선정 대회출전 1년만인 93년 맥도널드 배치롤스대회등 무려 4개 대회를 석권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모두 15개 대회에 출전,또다시 네차례 우승을 차지 하는 기염을 토했다.
3위내 입상까지 포함하면 모두 11차례.주니어부에 입문한지 불과 2년만에 랭킹 1위에 오르면서 미국 주니어골프협회(AJGA)에 의해 94년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행운까지 누렸다. 朴양은 올해에도 역시 4개 대회의 타이틀을 거머쥐긴 했으나랭킹에서는 3위로 내려앉았다.지난해 성적이 너무 뛰어나 전년도성적을 토대로 하는 AJGA의 평점산정기준에 따라 앞서 우승한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더라도 같은 대회에서 3 ~4단계 뛰어오른 선수보다 평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내년 시즌엔 확실한 챔피언이 돼야죠.AJGA규정이 저에겐 오히려 자극제가 되고 있어요.』 낙담하기는 커녕 다시 1위로 복귀하겠다는 목표가 생겨 기쁘다고 말하는 朴양은 내년 고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프로에 진출하기 보다는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그녀는 지난 7월 세계 여자프로골프의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US오픈에 출전해 로라 데이브스.켈리 로빈스등 현역 최고의 스타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면서 최종 4라운드까지 마쳐 미국 주요언론의 집중적인 취재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朴양이 한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좋아하는 골퍼는 미셀 메겐이지만 골프보다는 학업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녀처럼 학업을 중단하고 프로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고 밝혀 취재진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 평범하려 공립고 전학 『지난해 박찬호가 LA다저스팀의 유니폼을 입고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했을때 환호하는 관중들을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는 그녀에게도 앞으로 프로정상에 오르는것이 꿈이다.그러나 그때가 오기까지 결코 서두르지 않고 그저 평범한 10대이 고 싶단다.
79년 서울에서 사업가인 박수남(49).이지애(48)씨 부부의 1남2녀중 차녀로 태어난 朴양은 이제 167㎝,57㎏의 이상적인 체격조건을 지니고 있다.세살때 리틀 미스코리아진으로 뽑힌 것이 말해주듯 용모 또한 빼어나다.
이젠 습관처럼 돼버린 골프연습(하루 2시간)을 제외하곤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영화구경이나 아이쇼핑을 즐긴다』는 그레이스朴.지난해 가톨릭계 사립학교인 제이비어고교를 다니다 지금의 공립학교로 전학한 것도 평범한 10대가 되고픈 욕 심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내 스포츠전문잡지중 최대부수를 자랑하는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朴양을 「내일의 주역」으로 보도했듯 그녀는 이미 「평범하기를 갈망하는 비범한 소녀」로 변신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허종호.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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