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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FBI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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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국이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같은 특수 조직범죄 전담 수사기관을 만든다. 데이비드 블렁킷 내무장관은 29일 "영국을 조직 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해 미국식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며 '특수조직범죄수사대(SOCA.Serious and Organized Crime Agency)' 설치구상을 밝혔다. 영국은 늘어나는 마약.인신매매.테러 등 조직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FBI와 같은 특별 수사권을 갖는 엘리트 수사기관 창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SOCA는 기존 경찰청 내 특수범죄수사단, 범죄정보수집반, 이민국 소속 불법이민단속반 등의 기능을 흡수해 2006년에 발족한다. 인력은 기존 관계기관에서 차출한 우수 인력 5000명으로 충원한다. SOCA는 기존 경찰과 달리 초동 수사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가장 큰 특징은 수사 단계에서 전화와 e-메일.팩스 등 각종 통신 정보를 도.감청할 수 있으며, 이는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게 된다. 영국 법원은 지금까지 특별한 경우 외에는 도.감청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범인과의 플리 바겐(범법자로부터 범죄 정보를 제공받는 대신 감형을 해주는 것)도 공식적으로 가능해진다. 플리바겐은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 사용되던 수사기법이다. SOCA는 변호사.회계사.은행원 등 고객의 비밀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로부터도 증언을 받고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런 조치를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슨한 통제를 악용해온 조직 범죄꾼들을 박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내 범죄조직은 900여개며, 이들이 장악한 암시장 규모는 뉴질랜드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400억파운드(88조원 상당) 로 추산된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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