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적성 유형별 학습전략 가이드 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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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가 없지만 주변 기대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경우= 이석태(가명)군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다. 4학년 첫 만남부터 밝은 표정이 인상적인 아이였다. 테스트 결과도 우수했고 붙임성도 있었다. 알고 보니 각종 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가할 만큼 대외적으로도 인정받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5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부쩍 쉽게 피로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학기에 적응하느라 그런가 보다 했지만 전과 다르게 좋고 싫음이 전혀 없었고 그저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될 뿐이었다.

■ 학습전략 컨설팅= 학습전략검사 결과는 충격이었다. 장점은 최대한 끌어 올리고 문제점은 빨리 보완해야 하는데 내면적 성향, 행동적 성향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평균 50점을 밑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군은 최근 들어 짜증이 늘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학교나 학원을 다녀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고 했다. 엄마가 가라니까, 주변에서 시험을 잘 보라고 해서 억지로 공부한다고도 했다. 대내외적으로 평가가 좋아 공부 욕심이 많아 보였지만 사실은 남에게 지기 싫을 뿐이었던 것이다. 가끔은 일부러 시험을 망치거나 할 일을 그르쳐 어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이군은 검사 결과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다행히 이군의 어머니가 이런 상태를 감지하고 있었다. 이군에게는 장·단기적인 동기 유발과 자기존중의 감정이 필요했다. 우선 학습일기를 쓰게 했다. 하루의 시간을 세분화 해 계획표를 적게 한 후 반성과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하게 했다. 그리고 이군의 현재 상황에 맞장구를 치고 응원해 주는 글을 이군이 쓴 것 보다 더 길게 적어 주었다. 가고 싶은 고등학교와 대학에 대한 얘기를 수업 중에 자주 꺼내 장기적인 동기유발을 시켰더니 어떻게 계획을 세우면 좋을 지 먼저 물어오기도 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므로 장래 희망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었다.
  단기적으로는 중간고사와 경시대회를 목표로 잡고 가까운 자리의 친구를 라이벌로 정해 주었더니 중간고사에서 반 1등을 차지했다. 이 군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목표를 정해 도전했다”고 말했다. 학습일기도 원망이나 하소연보다 학습 과정에서의 의문점, 꿈을 실현하기 위한 다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 스스로 부모를 위한 일이라고 인식한다면 성적 향상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저 공부 잘 하는 학생에 그칠 뿐이다. 무엇을 왜 하는지 아이가 스스로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영재도 범인(凡人)에 머물고 만다.02-2105-0473 

권준학 다수인수학학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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