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도움 안 되는 각료, 여당이 먼저 교체 요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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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06면

-중요한 시기에 원내대표를 맡아 일하는 첫날이다.
“정치 입문하고 12년 동안 ‘비정규직’만 하다 처음으로 정규직을 한다. 내가 원내대표가 된 것은 ‘방휼지쟁 어부지리’(蚌鷸之爭 漁夫之利·조개와 도요새의 다툼에 어부가 이득을 본다는 뜻)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명박·박근혜계의 치열한 공천 전쟁에 중진들이 많이 전사했다. 선거가 끝나고 보니 내 앞에 몇 사람 없더라.”

18대 국회 첫 여당 ‘원내 사령탑’ 맡은 홍준표 의원

-한나라당과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어떻게 진단하나.
“이 정부 초기에 인사 파동이 있었다. 둘째로 당내 갈등이 아직 진정이 안 됐다. 거기에 쇠고기 파동까지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부와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 정권을 10년 만에 잡고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직원들이 밤잠 설치며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 마음을 읽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론 국민의 아픈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정부와 국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여당의 역할이 무엇인가.
“해방 이후 여당 역할은 행정부에서 사고를 친 후에 방패막이를 하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여당을 거수기라고, 국회는 통법부라고 얘기한다. 이걸 탈피하려면 야당보다 여당이 오히려 국정 감시·통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책조정위원장단을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 로드맵을 보고받겠다. 타당한 정책인지, 국민을 힘들게 하는 정책이 아닌지 미리 검증하겠다. 사전 예측 기능이다. 그 후에 행정부에 일을 시키고 행정부가 잘못했을 때는 사후 통제 기능이 있다. 행정부에 인사, 각료교체를 요구하는 거다. 이 각료를 그대로 두는 게 국민을 위해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될 때는 여당에서 대통령에게 미리 각료 교체를 요구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을 할 생각인가.
“곧 그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현재 장관 중 대상자를 마음속에 두고 있나.
“말하지 않겠다.”

-정부와의 정책 협의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국정 시스템을 지금 정비하고 있다. 당의 정조위원장들은 청와대 비서관, 행정 각부 차관회의를 통해서 정책을 조정한다. 정책위의장은 청와대 수석·행정부 장관과, 원내대표는 총리와 정책을 조정하는 거다. 당 대표는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한다. 당에서 발표할 문제, 정부에서 발표할 문제, 청와대에서 발표할 문제를 서로 상의해서 당·정·청이 일치하게끔, 한목소리로 나가게 하겠다.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충돌처럼 중요한 경제정책을 논하면서 행정부와 당 정책위가 따로 노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쉴 땐 쉬겠다고 했는데.
“쉬는 것도 능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 내가 원내대표에 당선되고서 ‘토요일은 쉬고 일요일은 오전만 일하겠다’고 말했다. 중앙SUNDAY를 빼면 일요일에 신문이 없으니 토요일에는 중앙SUNDAY 기자 이외의 언론사 전화는 받지 않을 생각이다. 대통령께도 100일이 지나면 쉴 땐 쉬자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이번 주엔 쇠고기 문제 때문에 쉴 수 없게 됐다.”

-당이 달라져야 할 점이 있다면.
“과거 한나라당은 야당 때도 웰빙 정당, 법조당, 일부에서는 교수당이라고 했다. 치열함이 부족했다. 어떻게 보면 열린우리당은 너무 치열함을 강조하다 보니 중구난방 정당이 됐고 한나라당은 높은 당이라서 점잖게 대응하다 보니 웰빙 정당이 돼버렸다. 앞으로 현장에서 민생의 소리를 듣고 정책을 발굴하는 현장 중심의 의원단을 만들겠다.”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나.
“정치 공세에는 강하게 대처할 거다. 그러나 야당의 합리적인 주장은 여당이 앞장서서 받아들이고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야당과 미리 협의할 것을 약속한다.”

-그동안 야당 주장 중 경청할 만한 사안은.
“장관 인사 청문회 때 일부 장관에 대한 야당의 주장이 옳겠다는 생각을 한 일이 있다. 그래서 대통령께 일부 장관 내정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해 성사된 사례가 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장외투쟁을 얘기했다.
“국회는 국민의 갈등을 국회로 가져와 해소하는 기관이다. 국회가 국민의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확대시키는 역할을 해선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야당의 장외투쟁은 문제가 있다. 대선과 총선이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으니 야당으로선 장외투쟁을 안 할 수 없는 입장이기는 하다. 그러나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 때 파주 LCD단지를 했듯 한국이 살 길은 외자 유치와 무역이라는 걸 알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적극 찬성론자다. FTA 문제는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 미국의 유력 대선 주자인 민주당 오바마 상원의원이 FTA 협약은 미국에 불리하다고 했다. 한국엔 참으로 유리한 협약이란 뜻이다. 7, 8월이면 미국 의회가 하한기에 들어가고 9월이면 대선 국면이다. 우리가 6월에 선비준해야 미국이 비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야당 의원들도 상당수가 비준에 동의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될 것으로 본다.”

-카운터파트인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그분 안 게 1996년이다. 12년간 품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잘될 것으로 본다. 외유내강형이다. 술수를 안 쓰는 분이다. 원 대표를 모시고 국회가 원만히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평소 호칭은.
“원 선배라고 부른다. 형님, 동생 하기도 한다. 손학규 대표와 형님, 동생 한 것도 12년째고, 원 대표와도 12년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 인사 복당 문제를 5월 안에 결론 내달라고 했는데.
“어제 박 전 대표하고 통화를 해서 며칠 더 시간을 얻었다. 조정할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잘될 것으로 본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절대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전적인 신뢰라기보다도 때가 되면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이번에 복당 문제 푸는 걸 계기로 회복되리라고 본다.”

-그래도 의기투합은 어려울 거라고들 보는데.
“불가능하진 않을 거다. 박 전 대표는 국익을 우선시하는 분이기 때문에 때가 되면 정부 정책에 적극 앞장서서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본다.”

-두 사람이 청와대에서 회동한 이후에도 서로 다른 얘기가 나왔다.
“실무진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청와대의 모든 대화는 기록된다.”

-2일 국회의장 경선이 있다.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고 보나.
“말씀 드리기 곤란하지만 결국은 순리대로 될 것으로 본다.”

-당 대표 선거도 관심인데 어떤 사람이 적임인가.
“당의 내분과 당 문제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화합형 대표가 왔으면 한다.”

-대개 그런 인사로 박희태 전 의원을 꼽는데, 원외라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야당 대표는 힘 있게 당을 끌어가야 하니 원내 인사가 하는 게 맞지만 여당은 힘보다는 화합형이 좋다. 여당 대표는 원외 인사가 맡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나라당 내의 ‘차명 정치’를 비판했다.
“대통령의 위세를 빌려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 이상득 의원 빌려서, 박 전 대표 이름 빌려서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 모두 비겁하고 비열한 정치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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