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스토리’ 써서 돈 버는 사람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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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06면

비전문 필자가 자기 사는 소박한 얘기를 자기 만족을 위해 썼지만 자비를 들이지 않고 출판하는 경우도 있다. 상품성이나 작품성을 인정받아 출판사의 기술 및 자금을 지원받고 제작·유통되며 인기도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글쓰기 실력과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가는(스토리텔링) 능력이다. 거기에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잘 찍으면 금상첨화다.

-글쓰기 실력, 대중과 소통하는 감각 키워야

지난달 랜덤하우스에서 나온 『무삭제판 이다 플레이』는 27세 ‘이다’가 스무 살부터 블로그에 올려 왔던 그림 일기를 묶은 것이다. 미술가를 꿈꾸는 ‘이십 대 소녀’의 사생활, 세상에 대한 치기 어린 견해가 성장통이라는 주제 아래 ‘무삭제’로 담겼다. 32세 건축기사 오영욱씨는 올해로 벌써 세 번째 책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를 위즈덤하우스에서 냈다. 그는 호소력 있는 그림체와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블로거 시절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블로그를 책으로 묶어 내는 블룩(blook)의 유행과 함께 자신에 대한 공적인 글이라야 취업 이력서가 전부였던 평범한 젊은이들이 대중을 상대로 ‘마이 스토리’를 담은 책을 펴 내고 있다. 출판사에서도 도서 기획을 위해 작가나 학자 등 전문 필자를 접촉하기보다 블로그 뒤지기에 열심이다.

아직은 조금 색다른 소재, 여행기나 외국 체류기 등이 우선순위지만 사소한 일상이나 연애·창업 같은 그야말로 평범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단행본으로 기획된다. 일과 놀이 구분 없이 사는 젊은이들이 생활 속에서 주고받는 스몰 토크(small talk)를 그대로 살리면서 독자에게 싱거운 재미와 함께 약간의 정보도 전달해 주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책이 만들어진다.

출판사 갤리온은 이런 경향을 잘 살려 ‘작은 탐닉’ 시리즈를 만들면서 아예 가능성 있는 블로그 수백 곳을 연결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포털 사이트(smalljoy.co.kr)를 만들었다. 그 결과가 길고양이·부엌·장난감·파티·오후·바늘·부엉이 등에 탐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탄생하고 있다.

성공담이라기보다 실패담에 가까운 카페 창업 분투기를 속살속살 풀어 놓는 조한웅씨의 『낭만적 밥벌이』는 정식 문학적 틀을 갖춘 것도 아니고 그다지 신선한 소재도 아니었지만 소설가 정이현씨가 읽고 팬을 자처했을 정도다.

책을 낸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인위적으로 소재를 정하고 취재하거나 어떻게 판매하겠다는 목표 설정 없이 써 내려간 진실성, 그리고 애써 포장하거나 독자에게 아부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자기 감정을 충실하게 옮긴 생동감이 잘 살아 있는, ‘이물감 없는 날것의 힘’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새로 나온 비슷한 컨셉트의 책『낭만주의자의 연애세포 관찰기』도 눈에 띈다.
북하우스의 김소영 팀장은 신변잡기에서 조금 더 나아간 연애 이야기, 그렇다고 근거 없이 남을 가르치는 지침서도 아닌, 생생한 경험에 근거한 진실한 연애 얘기를 찾다가 수많은 댓글을 몰고 다니는 블로거 스타 손수진씨를 발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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