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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구속파장-YS귀국후의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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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격류(激流)양상을 보이던 비자금 정국이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몇가지 변수에 영향받은 때문이다.
첫변수는 흐름의 단절이었다.가장 중요한 이유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방일(訪日)로 인한 공백.金대통령은 방미(訪美)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국내문제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과거사 문제로 팽팽히 맞선 일본에 틈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이는 주변의 설명이다.결국 전개과정에서 수많은 난제들이튀어나와 그때그때 해결해야 하는 비자금사건을 金대통령으로서는 일단 덮어두지 않을 수 없었다.더구나 주말도 겹 쳤다.
두번째는 수사의 부진때문이다.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비자금사용처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그는 수감되면서 사실상 『나는 아무말도 안했고 앞으로도 않겠다』고 선언했다.긴장해서 사태의 전개를 주시하던 인사들은 한숨 돌 리고 적극적인조기수습에 나서고 있다.구여권 세력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예기치 않았던 장애가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는 장기화.급류가 잦아진데는 비자금 정국이 한달이상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같은 변수들로 정국은 고비에 접어들었다.방향을 못잡아 맴도는 물결은 새롭게 물꼬가 뚫리는 곳으로 분출될 것이다.특히 귀국한 金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큰줄기에 변화는 없는 것 같다.여권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대통령이 별다른 말씀은 하지 않았으나 분위기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다.어떤 측근은 『전에도 대통령의 귀국 무렵에는흐름을 바꾸려는 시도들이 있고는 했다』면서 기조 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이제는 장기전』이라고 말한다.盧씨가 입을 다문 이상 계좌추적을 통해 사용처를 밝힐 수밖에 없게됐고 아무래도 진술을 확보한 상황보다는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소요되지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이 소식통은 『총선 까지라도 계속추적해나가고 대선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맺고 끊는 것없이 지지부진 정국을 끌고 갈수만은 없는 어려움도 있다.
따라서 당초부터 구상했던대로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대통령이 이에대해 담화를 낸뒤 당정(黨政)개편을 단행하는 수습책이1차적으로는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담화에서는 앞으로의 제도 개혁에 대한 방향이 아울러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시기는 전적으로 대통령 의지에 달려있다.정치권으로수사가 확대된다면 1단계 발표이후 수사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적절한 시점을 대통령이 택하게 될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정치권의 수사확대 여부에 따라 상황은 한층 복잡해지고 정국의 변화도 더욱 다양해질 수밖에 없게됐다고 해야겠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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