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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역풍 타고 시작, 쇠고기 파행으로 끝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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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파격’에서 시작해 ‘파행’으로 끝났다.”

29일로 막을 내린 17대 국회를 평가한 말이다. 헌정 사상 최초의 의회권력 교체, 초선의원 비율 최다로 시작한 17대 국회의 첫 모습은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대통령 탄핵 역풍이 빚어낸 현상이기도 했다. 국민의 기대는 컸지만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17대 국회는 사상 최초로 차기(18대) 국회의원 총선이 끝난 뒤 임시국회를 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쇠고기 협상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결국 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회기가 끝나고 말았다. 이에 한나라당이 또다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 지난 26일 회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본회의 한 번 열리지 못하는 파행을 거듭한 채 사실상 무산되고 말았다. 17대 국회 마지막 날까지 국회 문은 열려 있었지만 한·미 FTA 비준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18대 국회, 사무실 배치에 숨은 코드=17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의원회관 사무실도 새 주인을 맞고 있다. 특히 다수의 거물급 정치인이 낙천·낙선한 한나라당의 경우 ‘뉴페이스(new face)’들이 거물들의 자리를 꿰차게 됐다. 불출마 선언을 했던 강재섭 대표가 쓰던 방(315호실)엔 통합민주당 우상호 전 대변인을 꺾은 이성헌(서울 서대문갑) 의원이 들어오게 됐다. 공천에 탈락했던 정형근 의원의 사무실(519호실)은 대선 당시 국민중심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긴 정진석(비례대표) 의원이 차지한다. 또 최근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이재오 전 최고위원 방(338호실)엔 측근인 김용태 (서울 양천을) 의원이 둥지를 틀었다. 차기 당 대표 출마에 나선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의 방(516호)은 친박 인사인 송광호(제천-단양) 의원에게 돌아갔다.

의원회관 3층은 충청지역 축소판으로 눈길을 끈다. 지난 총선에서 대전·충남 지역을 싹쓸이한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대거 3층에 자리를 잡았다. 선진당 소속 의원 18명 가운데 절반이 3층에 사무실을 얻었다. 329호실을 배정받은 이회창 총재는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인 이인제 의원(327호실)과 이웃이 됐다.

18대 의원들이 배정받은 사무실 호수도 화제다. 무소속 박지원(목포) 의원의 경우 615호를 쓰게 됐다. 자신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시절 이뤄진 6·15 남북공동선언을 떠올리게 한다. 한때 한나라당 내에선 이한구 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219(이한구)호실을 받을 거란 얘기가 돌았으나 224호로 배정받았다. 또 낙선한 한나라당 정종복 전 의원이 쓰던 444호실은 무소속 몫으로 돌아갔다.

이가영·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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