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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 개입 1년'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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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이 1년을 맞았다. 미국 언론은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분석한 기사들로 도배됐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과거에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정보기관이 왜 오류를 범했는지, 예방적 차원의 전쟁은 과연 정당했는지 등이었다. 현 단계에서 이라크 개입의 대차대조표는 어떻게 될까.

?좋은 뉴스들=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후 이라크 국민의 삶은 분명 더 나아졌다. 인프라를 복구하고 학교를 다시 짓고,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새 통치기구를 만드는 등 실질적 발전이 이뤄졌다. 상당수가 외국인인 저항세력의 활동이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지만 대다수 이라크 지도자는 재건에 협력하고 있다. 국민 다수는 이라크가 수십년 만에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다원주의적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맞았다고 인정하는 것 같다.

또 이라크 인접국들에 대한 위협을 제거했고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 결정을 이끌어 냈다. 유럽 외교관들에게 지렛대를 제공해 테헤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철저한 사찰을 받아들이는 데도 한몫 했다.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은 또 미국에 중동에서의 보다 폭넓은 전략적.정치적 기회를 가져다 줬다. 펜타곤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둔 미군을 사실상 전원 철수할 수 있게 됐다. 시리아처럼 말썽을 일으키는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경고를 주었고 많은 아랍 국가들이 개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리고 중동의 근대화 및 민주화가 미국 대외정책의 의제로 떠올랐다.

?썩 좋지 않은 뉴스들=이라크에서의 미국 안보 정책은 미국인 보호와 저항세력 추적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미국의 희생자는 최근 들어 제법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라크의 안정은 기본적으로는 이라크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안정이 없으면 재건과 개발은 주춤거리게 마련이다.

반(反)테러 국제연대는 여전히 취약하다. 약한 고리를 노리는 알카에다는 선거 전야의 스페인을 공격했다. 이탈리아.호주.폴란드와 영국 국민은 이제 테러리스트가 노릴 가능성이 훨씬 커졌음을 인식해야만 한다.

알카에다의 성역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국가들의 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 마틴 울프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에의 기고에서 "무고한 다수를 살상한 자가 이슬람 국가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만 테러 기지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부분 이슬람 국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 결과는 중동과 남아시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인기가 오히려 올라가고 부시 행정부의 인기가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워싱턴은 중동에서의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워싱턴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만 전력을 기울여 왔다. 테헤란과의 생산적 대화 가능성을 찾는 데엔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라크를 제외한 중동에 민주주의를 심으려는 조치들은 말의 성찬에 비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과제=이라크가 안정과 번영을 누리고 다원주의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은 미국이 나머지 문명 세계와 공유하는 주요 대외정책들, 다시 말해 테러리스트 응징, 핵확산 저지, 이슬람권의 근대화 등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과업들은 모두 미국 혼자 힘으론 안 되고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워싱턴이 외교적 수사를 가다듬고 우방과 동맹국에 좀더 관심을 보인다면 그런 도움을 받을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과거의 잘못으로 승강이를 벌이다 시간을 낭비할 경우 덕보는 것은 오직 테러리스트뿐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라크'가 더 나은 이라크이며, 이라크의 성공은 반테러 공동전선에 활력소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마이클 아마코스트 전 미국무부 차관.브루킹스 연구소 소장
정리=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