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검찰 "샤론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이스라엘 법무부는 28일 "아리엘 샤론(사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에드나 아르벨 검사가 샤론 총리와 그의 아들에 대한 기소 의견을 메나햄 마주즈 검찰총장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은 1개월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면 샤론 총리는 선례에 따라 직무가 정지된다.

그러나 샤론 총리 측은 "기소가 되더라도 2007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총리의 측근들은 28일 "기소된 각료의 직무정지 선례가 총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샤론 총리가 기소되면 이 문제를 놓고 법정다툼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정에 참여하는 시누이당은 검찰이 기소하기로 결정하면 총리의 직무정지에서 그칠 게 아니라 아예 사퇴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오피르 피네스-파즈 의원도 마주즈 검찰총장에게 "담당 검사의 기소 의견을 무시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샤론 총리는 기소되는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 분석]

이스라엘 검찰의 기소의견 발표로 샤론 총리는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같은 샤론의 정치적 위기는 중동평화에 대한 이스라엘의 온건노선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게 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당장 제2여당으로 연정제휴 정당인 온건파 시누이당의 탈퇴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샤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기 내 보안장벽 완공과 가자지구 철수의 대가로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을 확고히 한다는 대팔레스타인 '일방적 분리조치안'의 강행에도 일단 제동이 걸린다는 의미다. 정권 유지와 탄핵 회피를 위해 샤론 총리는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보다 타협적인 자세로 가시적인 평화정착 움직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중동 평화 로드맵이 샤론의 개인적 정치 위기로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문제는 검찰이 기소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는데도 여야의원들이 일제히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거부족으로 기소결정이 어렵다는 전망이 있으나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의견이 이스라엘을 이토록 발칵 뒤집어놓은 것은 이제 샤론 총리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할 때가 됐다는 민심을 이면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