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권 대학축제 놀자판 ‘NO’ 봉사활동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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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 건양대 학생들이 축제 개막일인 27일 학교 주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27일 오후 3시쯤 충남 논산의 건양대 주변 거리. 이 대학 200여 명의 학생들이 논산시내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도심 대청소를 벌였다. 학생들은 직접 구입한 쓰레기봉투에 담배꽁초와 비닐·캔 등을 담아 분리수거까지 마쳤다.

이날부터 29일까지 3일간 ‘2008 한솔대동제’를 여는 건양대는 첫날 ‘깨끗하고 아름다운 논산캠페인’을 시작으로 축제의 막을 올렸다. 먹고 마시는 축제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에게 봉사하고 나눔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학생들의 의지는 강했다. 정진수 건양대 총학생회장(컴퓨터공학과 4)은 “축제를 학생들끼리 즐기는 유희성 행사가 아니라 봉사하는 행사로 바꾸자는 학생들의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연예인 초청에만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며 ‘놀자판’으로 전락한 대학축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건양대를 비롯해 대전과 충남지역 대학들이 색다른 축제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노(No) 알코올 축제=건양대는 축제기간 주점이 없는 ‘노(No) 알코올 축제’로 치른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주점운영을 원천적으로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그 동안 축제 때마다 학과별로 주점을 열어 술과 안주를 팔다 보니 축제의 의미가 퇴색하고 각종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올해 축제는 대학주변 청소와 중국 쓰촨성 지진피해 돕기 성금모금, 다문화가정 돕기 바자회 등을 열기로 했다.

축제 둘째 날인 28일에는 외국어 관련학과 학생 300여 명이 지진피해를 입은 중국 지진피해 돕기 캠페인과 다문화가정 돕기 바자회를 연다. 중등특수교육학과는 장애우 초청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행사를 갖는다. 아동보육학과 학생들도 논산지역 어린이집 아이들을 초청해 축제를 함께 즐기기로 했다.

축제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의공학과 학생들이 논산지역 요양원을 방문해 자체 개발한 원격건강진단 시스템을 활용, 노인들의 건강검진을 해 주는 의료봉사활동을 벌인다.

◇봉사활동 ‘OK’=20~22일 축제를 연 침례신학대는 21일 장애우·사회복지사·학생·교직원 등 2000여 명이 참가하는 ‘위드(WITH) 마라톤대회’를 가졌다.

대전월드컵축구 경기장에서 출발해 유성 노은지구를 돌아오는 5㎞에서 진행된 마라톤대회에는 대전지역 40여 개 복지시설의 장애우 950명이 동참했다. 침신대는 대회 구간구간에 이름 알아가기 게임·물 나눠 마시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참여자들이 벽을 허물고 화합할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도한호 침신대 총장은 “유흥장처럼 변한 대학 축제 대신 장애인, 지역 주민 등과 사랑을 나누는 행사로 마라톤 대회를 열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봉사와 섬김의 대학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침신대는 자원봉사 활동의 하나로 교직원과 재학생 600여명으로 자원봉사단을 구성, 22일 충남 태안 기름유출 피해현장을 찾아 기름제거 활동을 벌였다.

13~15일 축제를 개최한 중부대는 ‘먹고 마시는 축제에서 탈피하자’며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 취업준비생과 함께 하는 축제, 학술을 가미한 축제를 마련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건국대 학생 100여 명으로 구성된 재해복구 봉사단 컴브렐라(KUmbrella)는 27일 태안 해변을 찾아 기름찌꺼기 제거와 양식장 복구작업을 도왔다.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는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30분까지 교내에서 천안시민과 함께 하는 건강걷기 대회와 댄스축제 공연을 열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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