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한국냄새 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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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전자가 한국 냄새를 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사업분야를 재편성하는 한편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모을 예정이다. 또 미국 GE 가전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을 저울질하고 있다. 남용(사진) LG전자 부회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간담회를 열고 “몇년 후 LG전자의 국적이 한국인지, 미국인지, 영국인지 모를 정도로 (진출해 있는)140여 국에서 현지 최고의 마케팅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우선 3년 안에 84개 해외법인의 30% 이상을 외국인에게 맡기는 현지 경영 체제를 구축한다. 남 부회장은 “단순히 현지인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적과 성별 불문하고 능력 본위로 사람을 선발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본사에서 외국인 경영진을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최근 유니레버 출신의 레지날드 불을 최고인사책임자(CHO)로 영입했다. 더모트 보든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토마스 린튼 최고구매책임자(CPO) 등도 외국인이다. 글로벌화와 함께 마케팅 중시 경영을 펼친다. 지금은 첨단 기술을 갖춘 글로벌 전자업체로 평가받지만 앞으로는 애플이나 소니처럼 혁신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마케팅 예산을 지난해보다 4억 달러가량 늘려잡고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재편에도 나선다. 돈이 안 되는 분야나 ‘글로벌 톱3’에 들 가망이 없는 분야에서 철수하고, 중국 등 제조단가가 낮은 나라로 아웃소싱을 확대한다. 남 부회장은 “PC 같은 저수익 분야뿐 아니라 휴대전화·TV 등 저가 모델을 과감히 아웃소싱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서 손을 뗄 방침인지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태양전지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 환경·헬스케어 등을 신사업으로 꼽았다. 그는 “글로벌 매출 40조원이 넘는 기업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려면 내부 사업만으로는 힘들다”며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M&A를 예고했다. 다만 반도체 제조에는 진출할 뜻이 없고 하이닉스를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GE의 가전사업부 인수전에도 관심을 보였다. 남 부회장은 “GE 가전 매각이 우리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세계 가전시장의 구도를 바꾸는 일인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에 나설 방침인지를 묻는 거듭된 질문에 “그 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가전시장에서 12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월풀(194억 달러)·일렉트로룩스(156억 달러)에 이어 3위다. GE 가전사업부(70억 달러)를 인수하면 단숨에 1위가 된다. 하지만 세탁기 등 주력 분야가 겹쳐 인수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GE 가전사업부 매각 가격은 50억~80억 달러로 예상된다. LG전자 외에 중국 하이얼, 독일 보슈앤드지멘스 등이 인수 후보 기업으로 꼽힌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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