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과 08년 5월, '달라진 건 없다'…인터넷도 '시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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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끄럽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문이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는 불법 가두시위로 번지면서 매일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도 수십명씩 경찰에 연행됐다. 밤새 경찰에 연행된 시민들의 얘기가 전해질 때마다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진다. 경찰이 방패를 휘두르는 동영상과 시민들이 연행되는 사진이 1분에도 수백개씩 올려진다. 거의 모든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이 이번 시위와 관련된 게시물로 가득하다. 인터넷도 시위 중이다.

◇오전엔 전날 시위 얘기=인터넷에는 시위 현장의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된다. 현장 상황을 담은 글은 물론 사진과 동영상도 마구 쏟아져 나온다.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할 때, 몸싸움을 벌일 때, 시민들이 연행될 때, 시위 현장에는 수많은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들이 돌아간다. 시민들은 시위 현장에서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한다. 시위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그날 겪은 후기와 함께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다.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나온 다음에도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업로드한다. 네티즌들은 이런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퍼뜨린다. 이렇게 밤 사이 쌓인 시위 관련 게시물이 수천건이다.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www.afreeca.com)도 26일 밤 촛불집회 관련 방송이 동시에 약 100여 개 개설되었으며, 약 3만 명의 동시시청자가 이 방송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26일 하루 누적 시청자수는 약 40만명에 이른다.

“말 그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끌고갔다는 소리요. 도망가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까지 끌고가더이다” “헬멧과 방패로 완전히 무장하고 우릴 똑바로 쳐다보면서 아스팔트 위에 방패를 찍어서 날을 갈더군요” “내 아버지, 내 동생 같은 사람들이 경찰의 방패에 맞는 걸 보고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로 달려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변호사와 기자들까지 끌고 갔다니 할말 다 했죠”.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시위 후기에 네티즌들은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이 떠오른다”며 “80년 5월과 2008년 5월, 38년이 지났지만 평화 시위를 막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의 모습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한다. 한 네티즌(ID 민주투사)은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느꼈던 울분을, 2008년 서울에서 또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며 “경찰은 평화 시위를 보장하라”는 글을 남겼다.

네티즌들은 시민들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진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시위 참가자는 대한민국의 영웅이다” “당장 풀어줘라”는 등의 내용의 글을 남기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시대를 역행하는 시민 탄압 중지하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 물러가라”는 등의 글을 끝없이 올리고 있다.

◇오후엔 당일 시위 행동지침=인터넷에서는 매일 각기 다른 모임에서 주관하는 촛불문화제의 시간과 장소를 알린다. 만약 경찰이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침도 함께 전달한다. 경찰과 시민 시위대의 중간에 남자들이 대열을 만들어 여성과 어린이, 장애인 참가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주변 사람들과 연락처를 나누고 만약 시위대가 뿔뿔이 흩어졌을 경우 서로 연락을 취해서 다시 모여야 한다는 지침도 있다.

법대에 다니는 한 대학생은 경찰에 강제 연행됐을 때에는 ‘무조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내용의 대처 방법을 적어 인터넷에 올렸다.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한 뒤, 시민을 위해 변호단체를 구성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전화로 연락하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적혀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시위에 참가한 장애인, 외국인의 사진과 함께 “부끄럽지 않으냐?”는 내용의 글도 퍼지고 있다. 장애인과 외국인까지 나서서 시위에 참가하는 상황에서 아직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오늘도 집에서 인터넷만 보고 계실 건가요? 전 오늘 저녁 또 나갑니다. 같이 가실 분 연락주십쇼”라는 내용의 인터넷 게시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시위 중=개인 사정 때문에 오프라인 촛불문화제에 참가하지 못하는 네티즌들은 온라인 촛불 배너를 통해 마음을 함께하고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www.sealtale.com)에서 배포 중인 촛불 배너를 블로그에 등록하면 된다. 현재까지 2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촛불을 밝혔다.

온라인 촛불을 밝힌 한 네티즌은 “아직 너무 어려서 시위 현장에 참가하지 못한다”며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라도 마음을 보탠다”는 글을 남겼다.

김윤미 기자

▶(방패로 달려가는 시민 막아선 경찰)

▶(제공=새시대 예술연합 영상창작단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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