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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盧씨 축재,도대체 얼만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노태우(盧泰愚)씨의 부정축재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盧씨는 사건발생 직후 『5,000억원을 모아 쓰고 남은 돈이 1,700여억원』이라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밝혔었다.그러나 수사과정에서 盧씨가 은닉 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재산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이제 그의 자백(?)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돼버렸다.
검찰은 부동산에 盧씨의 비자금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수사에 나서 일부자금이 유입된 혐의를 잡았다.신문과 방송에는 실제 소유주가 盧씨라는 빌딩의 사진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사돈소유기업의 부동산매입에 盧씨의 자금이 섞여있다 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돈과 그 회사관계자들이 검찰에 불려가 철야조사를 받았다.이밖에 盧씨의 동생등 친인척명의 부동산에 숨겨놓은 재산규모도 엄청나다는 보도도 있다.
또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문제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야당에서는 미국등에서 현지조사까지 하고 돌아와 盧씨의 비자금 비밀계좌가 여럿이라고 목청을 높였다.검찰도 외무부를 통해 스위스은행측에 盧씨 주변인물 21명의 명단을 통보 하고 계좌개설여부에 대한 조회를 요청했으며,정황으로 보아 盧씨가 비밀계좌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이밖에 별도로 관리되고 있던 부인 김옥숙(金玉淑)씨 명의의 엄청난 비자금이 지난번 발표때 빠졌다는 주장도 그럴듯 하 게 나돌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건 盧씨의 태도다.눈물까지 흘리며 밝힌 챙긴 액수보다 더 많은 축재가 구체적으로 지적되는데도 꿀먹은 벙어리행세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수사를 통해 盧씨의 은닉재산이 더 드러났을 때 일어날 일을 가정(假定)하면 정말 끔찍하다.그러므로 盧씨 스스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혹시라도 미련과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숨기려 했던 재산이 있다면 이제라도 모두 털어놓고 국민들 의 처분에 맡겨야 한다.그것만이 그나마 盧씨가 이 땅위에 발붙일 수 있는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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