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盧씨 앞날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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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법처리의 목전에 선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또 그에게선 어떤 사실이 더 밝혀질 수 있을까.
盧씨는 물론 측근들은 8일부터 체념상태에 빠진 듯 『이제 무슨 말을 더하겠느냐』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5공청산 과정에 비춰 거론되던 「대여권 교감설」「폭탄(대선자금)발언설」등도 서서히 흘러간 옛노래가 돼가고 있다.
현재 가장 가능성 높게 관측되는 盧씨의 앞날은 구속.기소~수형생활~사면이다.잇따른 기업인소환등 검찰의 강력한 의지로 볼 때 구속은 당연한 수순이라는게 盧씨 진영측의 전망이기도 하다.
전직대통령인 盧씨가 수의를 입는 모습으로 국민의 감정은 다소 누그러질 것이고 얼마간의 수형생활 후 「정치적 사면」은 충분히가능하리라는 얘기다.
구속.기소~수형생활에 이어 사면을 전후한 재산공개.헌납과 낙향도 예상되고 있다.사면에 대한 여론의 방패막이로 盧씨가 전재산을 공개.헌납한 뒤 서울을 떠나는 상황이다.
여권고위층이 당초 낙향을 권유했을 때 파계사(대구팔공산)를 언급했다는 게 盧씨 측근의 전언이다.사법처리를 끝내고 파계사등으로 은둔하는게 현재로선 盧씨에게 다가올 최악의 운명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구속.기소된후 재판과정의 변수를 고려하면 상황은또 달라진다.기소후 1심판결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허용된다.재판이 늘어질 경우 내년 4월 총선등 여타 정치적 변수가 돌출한다. 총선으로 인한 여소야대 또는 총선을 전후한 「정계개편」변수등은 盧씨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수있다.여소야대인 경우 「6공청문회」등을 통해 「6공청산」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정치현안에 파묻혀 盧씨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盧씨의 측근 율사들은 『구속,불구속 여부보다 뇌물이냐,정치자금이냐의 재판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법리공방을 준비하는상태다. 맘먹기에 따라 盧씨 자신이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정황도 적지 않다.「자신의 앞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카드를 그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에 대한 대선자금 지원내용과 함께 정치자금 5,000억원중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자금의 삽입여부에 그는 현재로선 입을 다물고 있다.全씨와의 연락여부도 이후 펼쳐질 상황의 변수로 주목되는 부분이다.
반면 스위스 은닉자금과 돈을 거둔 기업과의 낯뜨거운 특혜거래가 확인될 경우 盧씨는 추후사면조차 바라기 힘든 궁지에 빠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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