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美,외국은행 불법관행에 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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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에 나가 있는 외국은행들은 일본 다이와(大和)은행 탓에 더욱 강한 규제를 받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채권거래 손실을 숨긴 다이와은행 뉴욕지점에 아예 점포 자체를 국외추방하는 「사형선고」를내렸다.이에 앞서 연방검찰은 다이와은행에 형사책임을 물어 13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 다.텍사스주립대 오스틴분교의 헨리 휴 교수는 『미국 FRB가 얼마나 무서운지 외국은행들에 본때를 보이자는 뜻』이라며 『이쯤 되면 FRB를 감히 속이려 드는 외국은행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평했다. 미국의 금융규제가 다소 심하지 않느냐는 공감대를 지녀왔던 의회도 입법과정에서 외국은행 감시를 강화하는 쪽으로 돌아설 것 같다.알폰세 다마토 상원 금융위원장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을 의회에 출석시켜 사건처리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미국내 외국은행 지점들에 대한 회계감사를 강화하도록 관계규정을 고칠 분위기다.의회는 주로 동아시아나 남미 등 신흥시장 소속 금융기관들을 감시하기 위해 이미 91년 FRB에 외국은행 조사권을 부여한 바 있다.그러나 향후 수개월 동안 진행될 외국은행일제점검 과정에서는 개발도상국 소속 은행들보다 오히려 일본계 은행들의 영업장부를 꼼꼼히 뜯어볼 것이 틀림없다.
그린스펀 의장은 특히 지점들의 내부통제장치가 잘 가동되고 있는지 이전보다 더 철저히 조사할 뜻을 밝히고 있다.다이와은행처럼 일개 채권담당 직원이 11년동안 11억달러에 달하는 거래손실을 위장.은폐할 수 있다는 놀랄 만한 사실이 엄 연히 눈앞에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외부감사를 받는 외국은행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자체 내부감사도 몇 년에 한번씩 하는 게 보통이었다.그러나 앞으로 감사의 강도와 빈도가 모두 높아질 것이 뻔하다.
다이와은행에 대한 미국정부의 이번 조치는 『혹시 일본의 금융보복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일부에서 나올 정도로가혹했던 것이 사실이다.미국에서 외국은행에 첫 폐쇄명령이 내려진 것은 91년 중동계 은행 BCCI에 대해서였 다.
그러나 그때는 무기밀매 알선이나 돈세탁 같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저열한 범죄행위로 유럽에서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뒤였다.92년 BCCI사건에 연루된 사우디아라비아계 내셔널커머셜은행(NCB)도 미국내 영업허가가 취소됐다.
다이와은행 사건과 가장 흡사한 전례는 아마 91년 설로먼 브러더스 증권사 스캔들일 것이다.이 회사의 재무부채권 부정거래를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고위 임원들이 기소됐는데 부정은닉의 고의성 여부는 여태껏 판가름나지 않은 상 태다.그러나 설로먼 브러더스는 혐의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이듬해 벌금 2억9,000만달러를 완납해 사건을 서둘러 종결시켰다.이액수는 그래도 다이와은행이 얻어맞은 벌금액의 5분의 1 정도에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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