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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히어로의 3대 유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3호 05면

원작 만화로 본 영웅과 악당의 성격 분석
수퍼 히어로의 능력은 기원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일반적 의미의 인간이 아닌 경우, 둘째 인간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지만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으로 보통 인간과 다른 능력을 지닌(얻은) 경우, 셋째로 자수성가형 능력자가 그것이다.

1. 비인간(非人間) 수퍼 히어로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수퍼맨’은 사실 파괴된 크립톤별에서 온 외계인이다. 그의 능력은 (설정이 여러 번 바뀌긴 했지만) 외계인이기 때문에 갖추고 있는 것이며, 그가 인간 세상에 개입하는 것은 지구인으로 키워졌기 때문이다.
신화의 세계에서 온 수퍼 히어로도 있다. ‘원더우먼’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전사족 아마조네스의 공주이며, ‘토르’는 북구 신화에서 천둥신의 화신이다.

처음부터 인간과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이 지닌 초능력은 무제한에 가깝게 강대하고 다양하다. 탁월한 완력과 비행 정도는 흔하고, 시선으로 돌을 녹인다든지 하늘에서 번개를 내리친다든지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들은 외부의 존재이기에 간혹 관찰자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스케일 크게 인간 세상의 존립을 보호하려고 한다.

2. 초능력 ‘인간’ 수퍼 히어로
선천적인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지구인 수퍼 히어로라면 돌연변이로 초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이야기인 ‘엑스맨’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힘은 불이나 얼음을 지배한다든지 생각을 읽고 치유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든지 좁은 분야에 특화돼 있다. 이들의 타고난 능력은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기에 걸림돌이 되기도 해 험난한 성장 과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능력을 획득한 경우가 영웅담으로서는 종종 더 흥미로운데, 어차피 타고난 게 아니라 평범했던 이가 수퍼 히어로로 바뀐다는 패턴에 호소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감마선을 너무 받아 녹색 괴물로 변하는 능력을 얻은 ‘헐크’, 돌연변이 거미에게 물려 거미의 능력을 손에 넣은 ‘스파이더맨’, 고대의 반지를 얻어 각종 물리법칙을 바꾸는 힘을 얻은 ‘그린 랜턴’ 등이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정의롭게 활용하는 것 자체가 지상 목표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3. ‘자수성가’ 수퍼 히어로
이들은 장비와 신체 훈련으로 힘을 발휘하는 그냥 인간들이지만, 능력이 워낙 출중해 초능력에 가깝게 보이는 경우다. ‘배트맨’은 각종 이동 장비와 자질구레한 아이템을 사용하는데, 기본적으로는 탁월한 추리력과 격투술로 범죄를 소탕하는 캐릭터다. 심지어 ‘아이언맨’은 최첨단 엔지니어링 기술로 기계갑옷을 만들어 수퍼 히어로의 경지에 올랐다.

이들은 보통 사람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무장해 무언가를 지키려 한다는 측면에서 현실적인 친밀감을 주는 동시에,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한 조건인 돈과 권력을 전제한다는 측면에서 반대로 거리감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이중적인 속성이 있다.

수퍼 히어로의 적수, 악당들
위의 세 가지 능력 범주는 작품 속 악당들의 성격 역시 규정한다. 예를 들어 ‘수퍼맨’의 적수로 등장하는 초월적 힘의 외계군단을 ‘스파이더맨’이 상대하는 것은 벅차다. 혹은 ‘배트맨’의 ‘조커’나 ‘투페이스’ 같은 치안 범죄 악당이, 초능력자들이 난무하는 ‘엑스맨’의 세계에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즉 수퍼 히어로의 힘은 그가 해결해야 할 악당의 힘도 규정한다. 물론 그런 불균형을 오히려 재미로 활용하는 크로스오버 세계관의 작품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고, 그런 전제의 모순을 헤집고 다니며 걸작 반열에 오른 ‘워치맨’ 같은 작품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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