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마 끝은 기상청도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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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장마는 예년과 비슷하게 다음달 하순 시작되지만 끝나는 시점은 알 수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상청이 장마 종료 시점을 밝히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올여름은 더위가 일찍 시작되고 늦게 물러나는 ‘지루한 여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3일 이런 내용의 ‘2008년 여름철 기상예보 전망’을 내놨다. 엄원근 기상청 기후국장은 “장마는 대개 7월 하순께 끝나지만 근래 들어 여름철에는 8월 이후에도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대신 매일 발표하는 날씨 개황을 통해 장마전선의 움직임을 알릴 방침이다.

실제 6~9월 월평균 강수량을 보면 1941~70년에는 7월 강수량이 8월보다 80㎜ 정도 많았다. 하지만 71~2001년에는 7월과 8월 강수량이 비슷해졌다. 특히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는 7월 274.1㎜, 8월 237.6㎜, 9월 241.9㎜의 비가 내렸다. 대전 지역은 7월 257.7㎜, 8월 373.5㎜, 9월 549.5㎜의 강수량을 기록해 장마 이후에 더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학계에서 장마 대신 ‘우기(雨期)’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관련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를 맡았던 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하경자 교수는 “최근 장마 후에 있던 무덥고 건조한 기간이 사라지면서 장마 끝을 예보하면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대신 6~9월 사이에 상세한 강수 예보로 시민의 불편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상청이 잦은 오보로 국민의 원성을 사자 일부러 장마 종료 시점을 밝히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마가 언제 끝나는지에 대한 사전 정보도 필요한데 기상청이 이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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